친절은 돌아옵니다

by 차순옥


우유 한 잔의 친절이 시간을 건너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되었습니다.

우유 한 잔의 기억

살다 보면

우리는 거창한 기적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인생을 바꾸는 것은

대개 아주 사소한 순간입니다.

문득 건네진 친절 하나,

아무 계산도 없이 내민 손길 하나.

세계적인 의학 기관인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공동 설립자

하워드 켈리 박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학생이었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집집마다 물건을 팔며

하루를 버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 배가 고파

물 한 잔이라도 얻어 마시고 싶어

한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어 준 것은 어린 소녀였습니다.

소년의 초라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소녀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그 우유를 천천히 마셨습니다.

속이 채워지는 것보다

마음이 먼저 채워졌습니다.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의 물음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친절은 돈으로 받지 않는다고 배웠어요.”

그날, 그는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그는 훌륭한 의사가 되었습니다.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많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중병에 걸린 한 여성이

그 병원으로 실려 왔습니다.

그는 환자의 고향을 듣는 순간

오래전 기억 속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우유 한 잔을 내밀던

그 소녀였습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치료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며칠 뒤,

두려운 마음으로 치료비 청구서를 받아 든 그녀는

한 줄의 문장을 보았습니다.

“치료비는 오래전 우유 한 잔으로 이미 지불되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베푸는 작은 친절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조용히 저장되어 있다가

가장 필요한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힘으로 돌아오는지도 모릅니다.

친절은 빚이 아니라

씨앗입니다.

당장 열매를 보지 못해도

그 씨앗은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자랍니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우유 한 잔을 건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의 기적이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음만 바꾸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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