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영화는 많은데, LA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영화마다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호’만 존재한다. 이 영화 싫다는 사람은 못 봤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유명한 ‘라라 랜드’다.
두 번 이상 봤다는 사람도 너무 많다. 배우를 꿈꾸는 여자와 재즈 뮤지션으로 성공하고 싶은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영화다. 뮤지컬 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노래와 춤이 영화를 더 감칠맛 나게 해 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첫 장면부터가 장관이었다. 교통 정체로 도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노래와 춤을 춘다. 그 장면이 어찌나 경쾌하게 느껴지던지 등받이에 기대 편하게 있던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어라? 좀 하는데?). 뭐 그 뒤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그해 본 영화 중 최고로 꼽았던 것 같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갈등이 생기고 등등.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노래와 춤, 배우들의 연기가 뻔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다행히 결말도 흔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 사이로 보이는 LA의 명소들이 이 영화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그리피스 천문대, 허모사 비치, 그리고 간판 하나만으로 너무 인상적이었던 라이트 하우스 카페(이 장면에 나오는 문은 뒷문이란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LA 여행을 갔던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다시 LA를 가게 된다면 마음먹고 ‘라라 랜드 투어’를 할 작정이다.
LA가 예쁘게 나오는 또 다른 영화는 ‘500일의 썸머’다. 이 영화는 남녀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인 대사와 함께 그려낸다. 공감할 구석이 많아 여러 번 봤던 영화인데, 이 영화도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뉴욕이 배경인 줄 알았다. 영화에는 건축가를 꿈꾸는 톰이 자주 가는 장소가 나온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이 보이는 언덕 위 벤치인데, 거기서 톰은 건물들을 스케치하곤 했다. 톰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톰과 썸머의 주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들이 뉴욕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그랜드 센트럴 마켓 근처라고 나오더라. 그 장소 역시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그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진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