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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 kim Jul 17. 2023

절망 속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 이야기

살아가면서 나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따윈 없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렸을때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왔지만, 그렇다고 입원을 할 정도로 아파본적은 딱히 없었다. 

그냥  병원가서 약을 타거나 링겔 주사를 맞는 정도..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어렸을때부터 생리통이 심해 자궁쪽 검사를 많이 하던편이긴 했다. 

23살까진 나름 주기적으로 자궁 검사를 하다가 전혀 문제를 찾지 못해서 검사를 멈추고, 

나는 유학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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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만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엄마와 처음 떨어져 낯선땅을 밟는 거라 긴장과 설렘이 함께 섞여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다. 

한국과는 다른 기온, 습도, 몸 하나하나 세겨지는 듯한 더위, 눈으로 볼 수 있는 낯선 풍경, 울창한 야자수와 이름모르는 나무들... 

10년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설렘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처음 만나는 낯설지만 친근한 친구들, 한국과는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느끼하지만 맛있는 음식, 부엌 없는 집들, 이런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그땐 절망 보단 희망이 가득 찬 어른이였다. 

뭔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날들.. 

10년이 지난 지금과 그 때의 나는 매우 비슷하다. 

여전히 새로운 걸 좋아하고, 습한 온도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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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암환자가 되어버렸다.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나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만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던 암에 걸렸다. 

"암"이라는 이 단어의 무게는 상상하지 못할만큼 무겁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싶지만, 이건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자궁근종&내막증 수술 한지 단 1년도 안 지났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보단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해 였다. 

"23살 때 자궁 검사를 멈추지 말아야 했어" 라는 후회는 쓸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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