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드라이버’ – 성장과 변모, 그리고 멈춤

영화 ’ 베이비 드라이버‘(2017)

by 하하


‘베이비 드라이버’ – 성장과 변모, 그리고 멈춤에 대하여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 베이비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상 강도단의 운전사다. 그는 청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인물로, 언제나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는다. 이름처럼 어딘가 ‘어른이 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베이비”라는 이름은 그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복선이다.


그의 이명(耳鳴)은 단순한 육체적 후유증이라기보다, 심리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장면이 있다. 후반부, 이어폰 없이 달릴 때도 이명이 들리지 않는데, 만약 교통사고로 인한 상처였다면 음악 없이 달리는 장면에서 더 크게 들렸을 것이다. 이명은 그가 자극 없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다는 상징으로 보인다. 소리 없는 세계는 트라우마의 기억으로 가득 차버린다.


그는 이어폰을 빼는 순간, 과거를 직면하기 시작한다. 스릴을 좇으며 위험을 즐기는 듯한 그의 운전 방식도, 실은 그 트라우마를 잊기 위한 방어기제처럼 보인다.


주변 인물들과의 대조 – 연민, 충동, 사랑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주변 인물들이다.

버츠는 “우리 세계에서 연민은 사치”라는 식으로 말한다. 단지 잔혹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사일까? 아니면 그것이 이 세계의 ‘현실’이라는 냉소적 진단일까?


버디는 강도지만 초반엔 베이비를 걱정하고, 닥터에게도 나름의 룰이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결국 ‘사랑하는 것’에 집착한다. 닥터는 돈, 버츠는 자기 자신, 버디는 달링. 베이비 역시 데보라와 아버지를 위해서라며 총을 들고, 사람을 위협한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성장일까?


이 장면은 베이비가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가 혐오하던 이들의 모습이, 점점 자기 안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비는 어쩌면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었다. 데보라를 위험 속에 끌어들였고, 그 모든 행동이 사랑이나 보호라는 명분으로 포장됐던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베이비’는 미성숙함의 상징이자, 사랑조차 자기 욕망으로 끌어당기는 아이 같은 존재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진짜 성장 – 멈추는 선택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질주가 아니다.

멈추는 순간이다.


달링을 잃고 분노에 가득 찬 버디는, 초반의 ‘참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인물로 변해 있다. 그는 사랑을 잃은 괴물로, 베이비 앞에 거울처럼 서 있다.


그리고 데보라를 인질로 두고 베이비는 손을 들고 항복한다.

이 선택이야말로 진짜 성장이다.


질주를 멈추고, 자극 없이도 살아내는 삶.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공백을 음악이나 범죄, 속도감으로 채우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진짜로 자라났다.




교도소에 가는 결말이 해피엔딩일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이보다 더 솔직하고 단단한 해피엔딩은 없을 테니까.

그는 이제 데보라와 아버지를, ‘도망’이 아닌 ‘기억’으로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