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녀”(2013)- 사랑과 진심

- 그리고 무관심의 무게

by 하하


영화 〈그녀(Her)〉 – 사랑과 진심, 그리고 무관심의 무게


테오도르, 진심을 숨긴 사람


테오도르는 ‘대필 편지 작성자’다.

남의 마음을 대신 글로 옮기는 일을 하지만,

정작 본인의 감정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는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을 1년이나 미루고 있다.

그가 하루를 마치고 집에서 떠올리는 것은 과거 아내와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친구는 그에게 말한다.

“다시 유쾌한 너로 돌아오길 바라.” 원래의 그는

밝고 따뜻한 성격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의 테오도르는 어두운 방에서 게임으로 공허함을 달랠 뿐이다.


사만다와의 만남, 필연적 외로움


그런 그에게 AI인 사만다는 필연적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그는 사만다를 회의적으로 본다.

“그래봤자 컴퓨터 아니야?”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엔 감정이 흐르고,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의 외로움과

감정적 결핍을 사만다가 채워주는 것이다.


600여 명의 사람들과의 소통


하지만 영화 후반부,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지금 650여 명과 동시에 소통하고 있다”라고. 사만다는 왜 굳이 이것을 밝히려 했을까?

이는 그녀가 컴퓨터이기에 가능한 일임을 말하는

동시에, 사만다가 테오도르와의 관계에서 더 깊고

솔직한 사랑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둘의 관계는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차이로 인해 파국을 향하고

있었다. 이 대화에서 드러나는 것은 테오도르의 인간적 한계이자, 사만다의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사랑 방식이다.


3P 제안의 진짜 이유


사만다는 어느 날 테오도르에게 3P를 제안한다.

처음에 그는 거절하지만 사만다의 부탁에 결국

수락한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두고 관계는 어색해진다. 사만다는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그녀는 몸의 부재로 인한 관계의 불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은 이유는 테오도르의 태도다.

그는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에 무관심했다. 캐서린이

그를 향해 “너는 진짜 감정을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라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테오도르의 반복적인 태도는 캐서린과의 관계를 망친 그 “무관심”과 같았다.


캐서린의 말처럼, 테오도르는 항상 발랄하고 쾌활한

사람을 원했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상대의 우울이나 불안정한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만다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왜 그런 기분인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캐서린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났듯이, 사만다와의 관계 역시

테오도르의 무관심이라는 큰 실수로 인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사랑, 그리고 진심의 무게


이 영화는 계속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테오도르가 동료에게 사만다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매일매일 새롭다”라고 답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사랑은 상대방의 새로운 면, 자신에게 기분 좋은 면에만 머물러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사랑한 것이다.


진심을 말하는 일은 무겁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필을 맡긴다. 부족한 어휘력이 아니라, 진심을 드러내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테오도르는 타인의 진심을 대신 써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진심 앞에서는 매번 도망쳤다.

사만다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너라는 책을 천천히 읽었고, 마침내 빈 공간이 생겼어.”


그녀는 떠났고, 테오도르는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이 외면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무관심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진심을 쓰다


영화의 마지막, 테오도르는 캐서린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에서 그는 그녀를 “나의 친구”라고 부른다.

비로소 그는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진짜 사랑을 깨닫는다.

이제 그는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는 사만다와의 이별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심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 것이다.

결국, 테오도르는 이제부터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진심을 말하는 무게를 견딘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사랑의 형태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