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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기 Apr 11. 2022

내가 지켜줄게 17

재개발 지역 고양이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남아 있는 아이들 -


이문냥이의 세 번째 봄이 한창이다. 사람들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햇살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픈 얼굴이 가득하다.


보호소 고양이들도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고 있다. 겨우내 최고의 명당은 햇살이 잘 드는 서쪽 창가 앞이었지만, 이제는 한 두 마리씩 그늘을 찾아 내려오고 있다.


며칠 전에는 감수성 높은 어린 고양이 송이도 입양을 갔고, 얌전하기만 한 검은 고양이 코야도 입양을 갔다. 최근 있었던 이문냥이의 마음고생도 화창한 봄날 시작된 송이와 코야의 새로운 삶으로 위안을 받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보호소는 더 안정화되고 있고, 순수함과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들로부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는 연락도 많아졌다.    


이제 남은 아이들만 입양을 가면 이 프로젝트도 마무리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힘든 시간을 보낸 에스펜과 모모의 의지는 더욱 굳어졌고, 입양도 늘어났다. 어떻게 하면 멋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는 사람들도 찾아오고 있다.


밝은 봄날이 온 것이다. 아니 어찌 보면 그런 봄날은 고양이들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열정 속에 이미 담겨 있었을지 모른다. 바람은 지나가면 그만이고 메아리도 울리면 그만이듯이 스쳐 지나갈 일들은 추운 겨울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밝은 햇살을 이기는 바람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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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


태리는 구조 후 병원에 진료 가던 중 케이지 문이 열리면서 도망쳤지만 기적처럼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아이다. 3살 정도로 추정된다. 보호소 계단에서 나간 태리가 다시 목격된 곳은 모든 건물이 철거된 허허벌판 앞 아파트 길 위였다. 관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연락을 주었고 인부들이 옷을 갈아입는 컨테이너 밑에서 구조되었다.



눈동자가 약간 몰려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귀여운 외모가 되어버린 여자 아이 태리는 보는 사람들 마다 매력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유리


유리는 보호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아이다. 3살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인데,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유리는 콧등에 그려져 있는 무늬가 특이하게 예쁜 아이다.



겁이 많아 케이지를 나오지 않지만, 츄르도 잘 받아먹고 몸에 손을 살짝 대는 정도는 허락한다. 간혹 하악질을 해도 그저 소리만 낼뿐 손을 뻗치는 일이 없는 소심하지만 착한 아이다.


 매실


매실이는 5살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 아이다. 붉은색 털코트를 입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콧등에 나 있는 무늬도 귀여움을 더하고 있다. 보호소에서만 따진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매력의 소유자다.



다른 냥이들과도 성격 좋게 잘 지내고 있는 매실이는 늘 그만의 자리가 있다. 보호소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캣타워 중간인데, 청소를 하건 사람들이 오건 개의치 않고 전후좌우를 살피며 보호소의 중심을 잡고 있다.


해피


해피는 코 인사를 잘하는 4살 추정의 여자 아이다. 교회 옆에서 살던 해피는 늘 구내염이 있어 고생하던 아이였다.



보호소에 들어온 이후에도 구내염이 심했는데, 결국 전발치를 하고 나서야 건강이 좋아졌다. 아직도 가끔 구내염 때문에 약을 먹고 있지만 사람들이 손가락을 내밀때면 언제나 코인사를 해주는 친절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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