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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Nov 20. 2023

갓생은 절대 살지 말자.

1년 간 일명 갓생(GOD 生)을 살면서 후회하게 된 것

   열심히 사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던 한 유튜버가 있다. 최근 그 유튜버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퇴사 이유를 말해주는데, 다른 것이 귀에 들어오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성과를 이룬 사람도 번아웃이 오는구나 싶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자기개발에 푹 빠져있었다. 시작은 지친 회사 생활로부터의 도피였다. 회사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흐름에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고, 내가 살고 있는 삶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나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게 자기개발이었다. '자기개발'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자연히 '갓생'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자기개발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면서 나는 '갓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그들 각자가 갓생을 보내는 방법이 달랐다. 누구는 새벽 네 시부터 운동을 하고, 누구는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리고, 누구는 자신이 갓생을 살고 있는 방법을 매일 기록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라는 게 근사하게 느껴졌다. 매일 새벽 두 시에 잠들고 일곱 시에 일어나더라도 나는 내가 갓생을 산다는 사실이 좋았다. 매일 나와 같이 자기개발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과정도 모두 즐거웠다.


   회사를 그만두자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진 탓인지 자기개발에 흥미를 점점 잃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갓생을 사는 사람들과 소통했다. 억지로라도 일기를 써 올리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매일 업로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머리를 지나치게 쥐어짜 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코 좋지 못했다.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하다 만 일을 마치 완성한 것처럼 꾸며내어 글을 쓰는 나를 가장 한심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오히려 인터넷 속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사는 것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했다. 내가 진실되지 못하자 그들의 말도 진실이 아닌 듯 느껴졌다. 그저 본인들의 팔로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 같았다. 내가 마찬가지로 그들을 보듯이.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여전히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타인들과 비교를 하면서 나는 내가 부지런하지 못함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다 못해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갓생을 살고 있는 게 맞을까?'


   갓생을 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성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 않는 내가 과연 일상적인 삶이라도 영위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러웠다. 결국 나는 자기개발을 하는 대신 나를 질책하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다른 갓생을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 외에 나는 하는 것이 없었다. 무엇을 해도 부족한 것 같았다. 갓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내가 사는 삶은 절대 갓생이라고 불리지 못할 것 같았다. 내 생은 이제 갓생이 아니라 한심한 생이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갓생과 멀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직장 업무 외에 부수입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도전하고 그 도전을 가끔 미루기는 해도 멈추지 않는다. 꾸준하다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남들에게 '내가 이런 것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 꺼려지지는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주변인들은 여전히 나를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인지하지만 나는 나를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내가 나를 열심히 사는, 그러니까 갓생을 사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순간 나를 한계까지 몰아넣으며 신과 같이 시간관리를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재촉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갓생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나의 행복이다.


   갓생을 살고 싶은 이유는 뭘까? 결국 성취감 혹은 목표를 얻거나 달성하기 위함이 아닌가? 또 그것은 무엇을 위해 이루고 싶은 것일까?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나의 행복으로 귀결된다. 그러니 갓생을 살기 위해 애쓰지 말자. 그리고 내 인생을 갓생이라는 울타리에 가둬 나를 옥죄게 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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