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관절염 환자의 하소연
짧은 글, 많은 생각.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 들어섰는데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암도 모자라 관절염이라니. 하긴, 10분 걷고서는 움직이지도 못 하는 게 사람 사는 건가 싶기는 했다. 관절염 진단을 받은 날에는 엉엉 울었다. 이렇게 아픈 것이 너무 억울했다.
당시 나는 설거지 하느라 잠깐 서있는 것에도 고통을 느껴서, 설거지를 마치면 몇 시간 씩 드러누워야 했다. 아니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돈이 없어서 꾸역꾸역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닌 것이 관절 상태 악화에 도움을 줬나보다. 마이너스 백만원짜리 계좌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마침이라고 해야할까, 생리통으로 허리가 아플 때마다 먹던 약이 있었는데, 그 약을 먹으면 그래도 한 시간은 잘 버텨졌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버티니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조금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종일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이 날 화장실을 기어가는 내가 얼마나 처절하던지.)
이렇게 되니 지하철의 노약자 석이 너무 야속했다. 겉으로 멀쩡해보인다고 속까지 건강한 것이 아닌데. 젊고 보기에 문제가 없어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약자석은 꿈도 못 꾸고, 나보다 허리를 더 곧게 편 어르신이 자리에 앉은 내 앞에서 목을 조금만 '크흠', 하고 가다듬는다고 하면 나는 더 못 된 마음으로 '절대 비켜주지 말아야지. 나도 환자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생각이 일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참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싶어졌다. 남들의 사정을 모르기는 나도 매한가지 아닌가? 내가 대단하게 아픈 것 같아도 내 고통이 내 앞에 서 있는 이에 비할 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을 생각하지 않기로는 나도 매한가지면서 내 입장도 모른다고 징징댔던 내가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