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회말 2아웃이 싫다
내가 9회말 1아웃에 자리를 뜨는 이유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 중에서도 프로야구를... 지금은 모든 경기 기록과 선수의 스탯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찾아내지만, 프로야구에 완전 몰두하던 90년대의 나는 하루하루 신문에서 경기 기록을 찾고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하루 5천 원 남짓으로 살던 내가 지하철 왕복 1천원, 짜장면 3천원 시절에 무려 거금 500원을 들여 스포츠신문을 탐독했다. 나의 프로야구 사랑은 비단 시즌 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스토브리그의 정보까지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다. 심지어 대학 면접을 대기하면서도 장차 내가 다닐 학교의 구석자리에 앉아 스포츠 신문을 탐독하던 나는 학교를 안내해주러 온 선배들이 봐도 골 때리는 놈이었다. 그렇게 ‘이상하게’ 야구가 좋았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썰을 장황하게 풀었는데, 나도 싫어하는 야구(?)가 있다. 흔히 야구의 ‘야’ 자 이상 아는 사람들은 야구는‘9회말 2아웃 부터.’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그 9회말 2아웃이 그렇게 싫다. 아무리 세상살이에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27개의 아웃카운트 중에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겨 놓고 시작이라니!! 퍼펙트나 노히트노런 혹은, 완봉이나 완투를 앞두고 있는 투수에게는 9회말 2아웃이 시작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 밖의 경우는 정말 그렇지 않다. 6회까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선발 투수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고, 1회 첫 타석에서 선두타자 홈런을 날린 선수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빅이닝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그림 같은 호수비로 막아낸 선수가 있고... 야구가 인생에 비유되듯 그 과정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순간들이 한 경기를 만든다.
"이러니 야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숱하게 많다. 물론, 9회말 2아웃의 의미를 내가 삐딱하게 해석하는 면이 당연히 99%이지만 그냥 싫은 게 아니다. 9회말 2아웃 역전 주자를 내보낸 팀이나 여기서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팀이나 마치 너무 내 인생 같아서 싫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건 뭐, 살면서 안전빵이 없었다. 매번 히든카드를 쪼아야 하는 상황이 내 삶 속에 그렇게 즐비한데 굳이 내가 좋아하는 야구까지... 많은 스포츠 경기가 그렇고 온 국민의 시선이 모이는 일들이 그렇지만 결과가 좋다면 환호성이야 넘치고도 남겠지. 근데, 난 조마조마해서 심장마비 올 것 같다.
매번은 아니지만 심장 건강에 안 좋을 듯하면 나는 실제 경기는 물론 TV로 시청을 하면서도 살얼음판 승부에서는 9회 말 2 아웃을 견뎌내지 못하고 9회 말 1 아웃에 자리를 뜬다. 마치 야구가 인생에 비유되듯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한 인생살이가 죽도록 싫은 내 진심의 반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