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고 피카츄에서 설계에 성공한 지점과 실패한 지점.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발전에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게임 '레츠고 피카츄'는 2018년에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출시된 포켓몬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리파인 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본가 시리즈에 '포켓몬 GO'의 플레이 방식이 결합된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포켓몬 GO'와 직접 연동하여 포켓몬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전투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만, 야생 포켓몬을 포획할 때는 '포켓몬 GO'의 방식을 사용합니다. 즉, 몬스터볼을 던져 포켓몬을 직접 포획합니다. 또한 선택한 포켓몬을 플레이어 옆에 동행시켜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일부 포켓몬은 플레이어가 탈 수 있어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저희 집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6세 딸이 있습니다. 이미 '포켓몬스터 스칼렛'이나 '포켓몬스터 소드'를 모두 클리어했습니다. 한글을 읽으며 스토리를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어린 나이에 맞는 빠른 습득력으로 엔딩을 보고 전설 포켓몬을 잡거나, 실시간 레이드에 참여합니다. 진행하다가 막히는 구간일 수 있는 텍스트와 퍼즐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들은 제가 해결을 해줍니다. 어느새 한글을 제대로 읽어야 할 시기가 다가와서 딸에게 '레츠고 피카츄'와 '레츠고 이브이'를 플레이시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으로 엔딩을 보게 해 주고, 다시 2회 차로 시작하여 천천히 텍스트를 스스로 읽으며 플레이하게 유도합니다. 실제로 게임으로는 '포켓몬스터 스칼렛'이나 '포켓몬스터 소드'보다는 레츠고 시리즈가 최초 교육에 적합합니다. 이전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리파인 했다고 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포켓몬스터 레드, 블루, 그린 버전인 1세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록숲이 나오고 관장으로는 웅이와 이슬이가 등장합니다. 페어리 타입이나 악 타입이 아직은 보이지 않고, 너무 어려운 상성이나 메가 진화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플레이하는 것을 수차례 옆에서 지켜보니, 과거와 다른 점이 눈에 띄게 됩니다.
처음 상록시티의 상록체육관은 관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 싸울 수 없으며, 플레이어는 어둡고 긴 상록숲을 지나 회색시티에 도착하여 회색체육관에 도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처음 한 NPC가 길을 가로막습니다.
체육관 관장이 사용하는 바위타입에 유리한 풀 타입 또는 물 타입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1세대 본가 시리즈와 다르게 레츠고 피카츄는 스타팅으로 피카츄를 지급받고, 레츠고 이브이는 스타팅으로 이브이를 지급받습니다. 그러므로 풀타입과 물타입은 플레이어가 노려서 잡지 않는 이상 이때 보유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상록숲으로 돌아가, 레츠고 피카츄는 뚜벅초를, 레츠고 이브이는 모다피를 포획해 오면 됩니다. 여기서 운이 좋으면 이상해 씨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굉장히 잘 설계했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최초 아이가 도전하는 체육관에서 상성에 대해 알려주고, 추가적으로 포켓몬을 잡아오라고 하는 미션을 부여합니다. 싫든 좋든 상록숲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것이죠. 지금의 어른들은 1세대 포켓몬 게임을 즐기며 이러한 것들을 한 번에 암기했었습니다. 저렇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최적화된 공략을 머릿속에 넣고 플레이했던 것이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릅니다. 정보의 홍수와 수많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의 세상에서 이유 없이 지고 막히는 것에 대한 내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색체육관에서 웅이를 쓰러트리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블루시티에 도착합니다. 그곳에 존재하는 블루체육관은 물타입 포켓몬을 쓰는 관장 이슬이가 존재하죠. 이곳에 입장 시 다시 NPC가 길을 막고 조건을 요구합니다. 레벨 15 이상인 포켓몬을 보여달라는 것이죠. 회색체육관처럼 특정 속성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레츠고 피카츄'와 '레츠고 이브이'의 스타팅 포켓몬 타입의 차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타입에는 풀타입과 전기타입이 강합니다. 회색시티에서 풀타입을 잡았다면, 이 조건은 일단 통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카츄를 보유한 유저도 조건을 통과할 수 있지만, 이브이를 보유한 플레이어라면 불합격입니다. 만약 레벨 조건을 걸지 않았다면, 피카츄를 보유한 유저와 이브이를 보유한 유저의 통과 난이도가 차이가 났을 것입니다. 재밌는 점은, '레츠고 이브이'의 스타팅 이브이의 경우 모든 타입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 블루시티 포켓몬 센터에서 '찌릿찌릿 일렉'이라는 전기 타입 공격 기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물타입 체육관을 클리어하는 최소 조건을 서로 동일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회색체육관을 풀타입 포켓몬으로 도전했고, 블루시티에서는 최소 15 레벨이며 전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아이들의 플레이를 위하여 플레이 밸런스를 맞추고 성장 방향성을 부드럽게 제시해 줍니다.
집에 있는 아이가 거의 100% 허들에 걸리는 구간입니다. 갈색시티에 도착해 스스로 여객선인 상트앙느호에 올라타 선장을 찾아내고 나무를 베는 '비술 사선베기'를 습득하고, 갈색체육관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를 베고 입장합니다. 이곳의 NPC는 체육관 관장이 전기 타입을 사용하니 비행타입이나 물타입 포켓몬은 좋지 않다고 알려주지만, 이전 체육관들처럼 특정 조건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체육관을 클리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입니다. 상황은 간단합니다. 그저 포켓몬들의 레벨이 적거나, 땅 타입 포켓몬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갈색시티의 오른쪽으로 가면 '디그다의 굴'이라는 지하동굴이 있으며 그곳에서 디그다와 닥트리오를 잡을 수 있지만, 지나오거나 안내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학습할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이 지점이 조금 의문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다음 체육관은 포켓몬 도감을 50개 채워오라며 야생 포켓몬을 잡기를 독려합니다. 그러므로 포켓몬 레벨이나 여러 다양한 포켓몬을 보유할 수 있게 유도해 줍니다. 이 갈색 체육관 지점에서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허들에 걸리길 바랐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디그다의 굴'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곳을 통해 반대쪽 출구로 나가면, 어두운 동굴에 입장 시 주변을 환하게 비춰주는 '비술 반짝이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 비술은 '플래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추후 보라타운으로 이동하는 돌산터널에 필요합니다. 즉, 이런 상황을 다시 잘 정리하여 '디그다의 굴'을 통해 먼저 땅 타입 '디그다'나 '닥트리오' 잡기를 유도하고, 출구에서 '비술 반짝이기'를 배우게 하고, 다시 돌아와 갈색 체육관에 도전하게 흐름을 설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허들에 걸리는 지점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홍련섬'을 지나 '쌍둥이 섬'이라는 장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전설의 포켓몬, '프리져'가 숨어있습니다. 처음에는 돌기둥을 옮길 방법을 알지 못해 좀 헤매게 됩니다. 그 해답은 '연분홍 시티'에 있는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틀니 퀘스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퀘스트를 시작하면 19번 도로에서 금틀니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할아버지에게 돌려주면 '비술 밀어내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게임 진행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프리져야 잡지 않아도 그만이죠! 어떻게든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 '챔피언 로드'를 향하는 동굴에서 똑같은 돌기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알통몬'과 '괴력몬'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 포켓몬은 전작에서 '괴력'으로 돌기둥을 밀었던 존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포켓몬으로는 돌기둥을 밀 수 없게 되어 있어서 플레이어는 꽤나 당황하게 됩니다. 당장 현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죠.
이것도 동일하게 '연분홍 시티'에서 '비술 밀어내기'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결국 '챔피언 로드'를 향하는 길과 '쌍둥이 섬'의 길 양쪽 다 의도적으로 막고자 했다면, 스토리 라인에서 강제성 있게 '비술 밀어내기'를 습득할 수 있게 유도하거나, '연분홍 시티의 어떤 영감이 힘을 잘 쓴다.'라는 등의 힌트가 제공되었어야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잘못된 설계를 클리어하지 못합니다. 이런 세부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게임을 도와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스스로 알아서 해보라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지시가 되는 것이죠.
직관적이지 않은 설계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워하게 만듭니다.
과거의 일본 게임에서는 플레이 시간을 늘리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을 유도하고자 집 안을 모두 살펴보는 것이 관례였지만, 현대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힌트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초기 스토리에서는 방향성을 잘 제공해주었던 것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더 명확한 지시나 힌트가 제공되었다면, 플레이어가 외부 정보를 찾는 것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