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을까
약국에 들어오자마자 "박카스 1병이요"하고 소리 지르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하필 박카스인지, 나보고 꺼내 달란 것인지. 그러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는 와중에도 중간에 끼어드는 환자들을 보면 짜증이 올라올 때가 종종 있다.
그들은 왜 이리 급한 것일까?
성격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박카스 1병만 외치며 들어오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한 병에 불과 몇 백원 하는 박카스가 약국 경영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현재 상황도 있고.
아무튼 박카스 1병 손님, 그것도 앞에 사람이 기다리든 말든 상관없이 끼어드는 손님은 무례하게 보이기만 한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이해하기에 내 마음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 말들로 인해 당하는 내 마음의 상처가 더 크게 다가오니까. 굳이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가끔 전통 시장에 나가보면, 그렇게 끼어들고 무례한 행동들이 일상화된 사람들을 쉽게 마주한다.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야"하고 아예 생각을 닫아버리는게 편하다. 그래야 마음의 상처를 덜 입는 것 같다. 과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시장통 약국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이제 그런 사람들 앞에 나 역시도 무례하게 나가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던 차에, 시장통에 위치한 약국을 들어갔다. 그리고 앞에 사람들이 볼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약사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역시나! 그 약국에는 유난히 "박카스 1병이요!"라고 소리치며 끼어드는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그 약사는 너무 단련이 되었는지 쳐다도 안 보고, 대꾸도 안 한다. 욕을 하든 말든, 무반응이다. 뻘쭘해진 할머니는 급 조용해지며 나가거나 기다린다. 물론 그러면서 "여기 약사는 정말 불친절해!"를 외친다. 하아~ 우리 약국에만 이런 사람이 오는게 아니구나!
고민이 사라졌다!!! 그래... 원래 저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사람 사는 모습 천태만상이라더니! 일일이 사람들에게 다 친절해가면서 살 이유가 없음을 다시 깨달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