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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29. 2023

아프니까 환자다 15 - 사용기한이 왜 이리 짧아?

사용기한이 2년 이상 남은 약으로 나가도, 사용기한이 짧다고 한다

의약품의 경우 사용기한이 약마다 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된다. 제품 생산 당신부터 사용기한이 6개월, 12개월, 18개월 이내로 짧은 편인 약제들도 존재한다. 반면에 생산일로부터 24개월, 36개월 이상이 되는 약제들도 존재한다. 이것은 의약품 성분의 안정성과 부형제들이 부패하지 않는 선에서 각종 시험들을 거쳐 나온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수입의약품의 경우 생산하고, 각종 수출입 절차와 통관 절차를 걸쳐 한국에 들어온다. 여기에 국내에서의 품질 검사까지 마치고 시중에 유통된다. 결국 수입의약품의 경우 사용기한이 18개월 이내만 되어도 다행인 제품들이 많은 편이다. 


어찌되었든 약제들을 사용기한 내에 다 소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항상 체크하고 조제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예를 들어 환자가 1년치 약제인 360정을 처방받았을 때에는 사용기한이 적어도 15-16개월 이상 남은 약으로 나가는 것이 상식이고, 그렇게 하고 있다.


장기간 약을 투여하는 분들의 경우 약 사용기한 등의 부분에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수입의약품을 쓰는 경우에는 애초 국내에 들어올 당시에 사용기한이 12-18개월 남은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애를 먹기도 한다. 문제는 국내에 가장 사용기한 긴 제품이 18개월 기한으로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은 24개월로 나오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상당히 난감하다. 병원과 상의하여 처방 일정을 조정하거나,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수입 혹은 생산된 제품이 나올 때 제약사로부터 교환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하기도 한다. (갑상선 질환의 경우 이런 상황들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국내 D 제약회사에서는 제품 교환 환불을 해 주기도 하며, 환자들이 이에 대한 문의와 교환 요청이 제법 잦은 편이라고 한다.)


얼마 전, 환자 1분이 60일치 약제 처방을 받아오셨다. 이 때 약 이름, 용량, 수량, 사용기한까지 모두 확인을 하여 조제를 했다. 조제일 당시 남아있는 사용기한은 2년2개월 정도였다. 해당 약을 사입한 시기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지 수입의약품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긴 사용기한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환자에게 전화가 왔다. 


약 사용기한이 너무 짧아요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죠? 
꼴랑 사용기한 2년 남은 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요?


아!!! 해당 약제가 평소 주문을 해서 받으면 사용기한 18개월 남은 약도 자주 들어오던 터라, 그 때 약제 사용기한을 보고 완전 운 좋았다고 생각했었다. 2달치 약을 조제하는 것이였고, 26개월의 사용기한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은 4년 이상 사용기한이 남은 약을 요구했다


그 약은 생산 당시부터 그렇게 긴 사용기한의 약이 나오지 않아요. 
2달치 약 받으시는 건데,
2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드시려고요?


이런 전화 받을 때 현타온다. 매 2개월마다 약을 타는 분이 이러시니 당황스러웠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이런 날짜 짧은 약을 주는 약국은 사라져야 한다며, 온갖 욕을 한다. 현타 쎄게 온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전화를 하는 걸까?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로 전화하는 사람을 겪으니 짜증이 올라온다. 일년에 1-2번은 이런 전화를 받는데 막상 확인해 보면 사용기한 2년 정도 받아가신 분들이(실제 복용기간은 1-2달이다) 이런 전화를 한다. 이유를 모르겠다. 친절하게 상대하면서도, 한대 패주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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