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은 쉽게 얻고 소중한 것은 노력으로 얻는다.

내가 노력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by 이유미

나는 매일 아이들과 명언 한 줄로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의 명언은 아침에 우연히 읽은 허지영 작가의 삶이 글이 되는 순간에서 본 글귀다.

“나쁜 것, 보잘것없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좋은 것,소중한 것은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얼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열망이 속에서 불타올랐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판서를 켜서 부리나케 옮겨적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명언 아래에 질문도 꼭 하나 곁들여 적는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명언과 질문활동도 3월부터 시작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으니 벌써 열달째 반복해오고 있는 활동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어쩌다 명언을 적지 않고 넘어가는 날엔 “선생님 오늘의 명언은 뭐예요?”라며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이 또한 나의 열달 가까이 지난한 노력의 산물이겠거니 싶어 속으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1교시 종이 울리고 명언을 함께 합독한 뒤 적막이 감도는 교실엔 어김없이 내 질문이 톡 하고 교실의 적막을 기분좋게 깨트린다. 그 질문에 맨 먼저 대답하는 아이는 늘 세현이다.

“저는 발표를 잘하는 능력이요. 4학년이 되고 매일 발표를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지금은 매일 발표를 빠짐없이 하고 있어요.”

그 말에 나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동의를 표했다.

다음에 이어진 수현이의 발표

“저는 얼마 전 받은 수학경시대회 동상이요. 3학년때부터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면서 노력해서 받을 수 있었어요.”

수현이의 상 소식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빛으로 수현이를 향해 축하의 조명을 비추어주었다. 그 발표에 탄력을 받은 원우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저는 스피드 스택스 컵쌓기 상 받은 것이요. 처음엔 어려웠는 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니 잘 되었어요. 상까지 받아서 좋았어요.”

이번엔 아이들의 눈빛 조명이 원우에게로 향했다.

오늘 명언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가닿았는지 여기저기서 발표세례가 이어진다. 좋은 현상이다.

다음은 한 여자아이의 발표

“저는 00이와의 우정이요. 3월에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서로 많이 도와주고 선물도 주고 받으며 친해질 수 있었어요.”

아이의 발표에 내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져왔다. 잠시 시선을 아이에게 두었다가 전체 아이들을 향해 말한다.

“00이의 말대로 소중한 친구나 가족도 바로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지. 가까이 있는 친구라고 함부로 대했다면 너희들 곁에 있는 친구들도 금방 떠나갔을거란다.”

무게감이 잔뜩 실린 나의 말에 아이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내 얘기를 시작할 차례다.

“선생님은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 바로 너희들과의 관계라고 생각해. 지난 3월부터 매일같이 명언을 쓰고 질문하고 답하고, 월요일 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너희와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 일기장에 댓글을 길게 쓰며 마음을 소통하고, 수업 시간 마다 열심히 자료를 준비하며 너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한 노력. 이 노력이 쌓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 그리고 선생님의 열정을 마음깊이 알아주고 늘 고마워하는 너희들에게도 감사해.”

나의 말이 끝나자 몇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히터를 틀지도 않았는데 교실의 공기가 갑자기 따스해짐을 피부로 느낀다.

지금 내게 좋은 것 소중한 것들이 내 옆에 온전히 남아있다면 아마 나는 그것을 위해 매분 매초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며 가슴이 포근해진다. 나의 노력을 늘 인정해주는 반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는 내게 엄마 옆에 잘래 라며 보채는 두 남매들. 당신이 차려주는 밥은 언제나 맛있어 라고 가끔 엄지를 추켜올려주는 남편. 선생님 덕에 학교 와서 마음 편히 지내요 라고 말해주는 옆 반 동료. 그들이 여전히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것에 문득 감사하며 나는 오늘 명언 활동을 통해 새삼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좋은 것 , 소중한 것을 계속 지켜나가보자고. 날이 추워지고 세상이 팍팍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는 사명으로 말이다. 오늘 하루도 나를 다독이며 최선을 다하자. 내 스스로에게도 모두에게도.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