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에도 마음의 실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얼마 전, 도서관을 다녀오는 길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다. 전화의 상대가 평소 자주 통화를 하던 사이가 아닌 친구라 반가움보다는 속으로 “무슨 일이지?”라는 의심부터 들어왔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교때 꽤나 막역하게 지내던 친구,심지어 발령지도 같아 한 땐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보령,대전이라는 먼 거리라는 제약으로 일 년에 한 두번을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로 전락해버렸다.
통화목록에 빨갛게 찍혀있는 우리찡찡이(대학시절 친구의 애칭이다)이름을 누르니 1초의 시간도 용납하지 않고 바로 다음의 말들이 이어진다.
“유미야, 어머니는 좀 어떠셔? 걱정이 되어가지고...혹시 병원에 입원 중이시면 병문안이라도 가볼까 해서 연락했어”
예상치 못한 그리고 오랜만에 들은, 걱정이 잔뜩 어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만다.
친구와 오랜만의 통화를 마치고 안읽음 표시가 된 카톡목록을 보니 통화시간 이전에 전송된 친구의 메세지가 눈에 띈다.
“유미야, 어머니는 좀 어떠셔?”
그 문장 하나에 다시금 콧날이 시큰해져온다.
이 친구가 엄마의 아픈 소식을 알게 된 연유는 바로 또 다른 대학시절 단짝으로 부터다. 대학시절 우리 셋은 남자친구도 사귀지 않고 셋이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던 사이였다.(물론 중간에 잠시 스친 인연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얼마 가지 못했기에).
이 친구도(애칭은 우리뽀수) 대학시절을 끝으로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아까 통화한 우리찡찡이와 나 포함 셋은 방학마다 만나며 함께 인연을 이어가는 사이. sns를 멀리하는 우리찡찡이완 달리 이 친구는 sns를 통해 간간이 서로의 소식을 묻는 사이였다. 이주 전, 답답한 마음에 sns 스토리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올리며 “엄마 빨리 나으세요”라는 문구를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스토리를 보고 내게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 괜찮으시냐고, 내가 서울에 있으니 혹 서울쪽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내가 도울테니 언제든 연락주어’라는 진심어린 메세지가 내 가슴에 콕 박혀들었다.
대학입시, 취업, 결혼과 같은 인생의 대소사를 거치며 한땐 누군가와 팽팽하게 이어졌던 마음의 끈들이 자연스레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며 가슴 한 구석이 텅 빈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인연들을 시절인연이라고도 하지. 한 때는 죽고 못살 것 처럼 가까운 사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관계가 소원해져 어느 순간은 끊어져버리고야 마는 이름은 아름답지만 참 가혹한 관계.
내게도 그런 시절인연이 참 많다. 혹독한 육아집중기에 만난 인연들. 그 인연들로 인해 한파보다 더 무서운 육아시절을 잘 통과해냈음에 감사하지만 자연스레 멀어져갈즈음 빈둥지 증후군과 엇비슷한 허함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
시절인연과 현재진행형인연의 큰 차이점을 두 친구의 연락으로 비로소 절감한다. 바로 상대에 관한 꾸준한 관심과 연락.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마음까지도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 속, 그 두꺼운 벽을 한 순간에 허물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바로 서로의 sns에 쓰인 작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반응하는 것. 그리고 문자나 통화로 한 마디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
그 모든 행위는 바로 평소 토씨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눈엔 시험지의 모든 문제가 허투루 보이지 않듯, 평소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몸과 마음에 쌓아두고 있었기에 그런 연락들이 가능한게 아닐까.
두 친구의 연락으로 인해 보령 서울이라는 떨어진 거리만큼 우리 사이에 이어진 물리적 거리의 실은 길지만 그 거리보다 중요한 것을 마음깊이 깨닫는다. 시절인연이 아닌 현재진행형 인연으로 여전히 마음은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잠시 느슨해져있던 마음의 실이 더 팽팽하게 당겨졌다는 것을 말이다.
손이 곱아들 정도의 한파지만 친구들의 연이은 연락에 참 마음이 포근했던 지난 주였다.
그리고 나도 한가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내 곁의 소중한 인연을 물흐르듯 흘러보내는 시절인연이 아닌 현재진행형 인연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상 속 작은 노력들에 대해. 물론 그 노력이 통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지혜도 필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