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권의 체포는 루나 사태 이후 1년이 다돼서야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크립토노트입니다.
어제 오래간만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죠. 22년 5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루나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이하 도권)이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루나 사태로 인한 대폭락이 일어난 지 어연 11개월이 다돼서야 잡혔습니다. 많은 피해자와 수많은 재산적 손실을 낳았던 루나 사태는, 암호화폐의 역사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은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사건의 전개와 그 영향에 대해서 회고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그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22년 5월은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 시기 폭발하였던 유동성에 의해 21년 11월 최고점을 찍은 암호화폐는, 22년 금리 인상 등의 각종 이슈로 인해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아마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아닐까 싶은데요, 22년 2월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피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암호화폐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규제 강화도 크게 한몫을 했죠. 중국은 CBDC에 대한 투자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탈중앙화 암호화폐에 대한 견제 의지를 크게 보였는데요, 위와 같은 상황이 맞물려, 당시의 암호화폐 시장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2. 루나는 어떤 코인이었나?
루나는 권도형이 설립한 회사인 테라폼랩스에 의해 개발된, 코인이었습니다. 루나는 2019년에 발행되어,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Terra($1에 페깅)의 가치 안정화 역할을 담당하였죠.
Luna를 통해 Terra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 Terra < $1인 경우
Luna를 이용, Terra를 매입하여 가치를 유지
b. Terra > $1인 경우
Terra를 판매하여 가치 유지
따라서, Luna는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스테이블 코인인 Terra의 가치를 유지하였고, 이런 알고리즘을 지닌 스테이블 코인인 Terra를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은 외부의 변동에 크게 영향 없이 알고리즘만에 의해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평가를 받아왔었으나, 루나 사태 이후로는 의미가 없는 말이 되었죠.
3. 어떤 피해가 발생하였는가?
루나는 5월 초부터 가격 방어에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개당 10만 원가량이었던 루나는 초기에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는 가 싶더니, 결국은 -99.99999% 이상 하락하였죠. (나무위키의 표현에 따르면, 10억 원을 5월 5일에 투자했으면 일주일 후에 4,460원으로 폭락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네요)
3-1. 루나 코인에 투자하였던 많은 투자자들의 몰락
루나는 당시 시점으로 업비트 상장 코인 기준 4위 규모로, 엄청난 규모를 갖고 있는 우량 코인이었습니다. 루나는 디파이 수익이 연 20%에 달하는 높은 이익률을 자랑했기 때문에, 루나의 안정성(?)을 믿고 많은 돈을 루나에 투자하는 사람 또한 많았죠.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고승범은 국내에 루나에 투자한 사람들이 28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죠. 해외에 있는 많은 루나 투자자들 역시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위기로 이어져, 코인 뱅크런이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전체의 급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3-2. 디파이 시장의 붕괴, 셀시우스의 파산
루나가 야기한 코인 시장 전체의 신뢰 하락이 뱅크런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코인 전체의 급락이 이어지자, 코인을 담보로 이자를 주는 디파이 시장의 붕괴가 가속화되었습니다. 디파이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전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코인의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이 과정 속에서 유망한 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인 '셀시우스' 또한 파산하였습니다.
3-3. 가상화폐 헤지펀드의 파산
이 과정 속에서 이어진 코인의 급락으로, 3조 8000억 원가량의 가상화폐 헤지펀드인 3AC(쓰리 애로즈 캐피털)이 파산하였습니다. 이렇게나 큰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가상화폐 헤지펀드는 흔하지 않은데, 이런 파산은 코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죠.
23년 3월 20일 날 금융위에서 발표한 '22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루나 사태 이후로 보인 소비자의 행동은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자산 선호', '거래 규모의 급진적 하락'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4. 가장 큰 영향은 역시...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신뢰도 하락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말이 많았던 암호화폐이고,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개인들도 많았던 상황인데,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루나 때문에 폭락하였습니다. 더욱이, 권도형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크립토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가속화되고, 정부 입장에서도 관련하여 칼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죠.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많은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는 NFT, 월렛 등에도 이어지며, 현재의 경제 위기에도 일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5. 그럼 이런 사건은 왜 발생했나?
루나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특징은 루나의 테라 페깅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오류로 가격이 폭락했고, 그것은 이제 알고리즘 작동 정도로는 회복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5-1. 도권측의 계획적인 사기의 결과다.
도권을 체포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만, 도권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도권이 개인적인 이유로, 루나를 포기하고 폭리를 취하기 위해서 일부러 알고리즘의 가격 조정을 중지했다는 것이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테라폼랩스가 폭락 직전(4.30) 청산한 것이 가장 큰 의혹의 이유로 뽑히고 있습니다.
5-2. 공매도 공격이 있었고, 루나의 알고리즘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다.
루나의 알고리즘이 감당하지 못할 규모의 공격이 진행되었고, 그것은 알고리즘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계속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폭락이 발생했다고 보는 견해 또한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어쩌면 도권은 그저 피해자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도권이 잡혔기 때문에 차차 한 가지씩 의문점이 풀려갈 수는 있겠지만, 루나 사태로부터 촉발된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간과하기 힘듭니다. 루나 사태 이후 이어진 셀시우스 파산, FTX 파산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코인 시장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결과죠.
루나 사태 이후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아직 그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전체에 걸쳐, 아직 회복이 진행되고 있죠. 이전에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었던 세계는, 이제 AI로 그 관심을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 관심이 넘어간다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이대로 몰락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도, 항상 변화를 견디고 인내한다면, 블록체인은 어떠한 형태로도 우리 곁에서 존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블록체인이 지금이야 암호화폐로만 생각하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고, 그 사용처는 무궁무진합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그 이상인, 기술이니깐요. 또, 코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탈중앙화되어있고, 외부의 영향에서 벗어난 화폐.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내가 어디 있든 이용이 가능한 화폐, 그것이 암호화폐이기 때문이죠.
오늘은 루나 사태 1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 권도형의 체포 소식과 함께 루나 사태의 회고를 함께 진행해 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