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와 FTX, 두 거래소와 그 오너들의 전쟁은 어떤 결과를 불러오나
안녕하세요, 크립토노트입니다.
8일(화요일) 아침이었나요? 저는 "개운하게 잠을 잘 잤네~"라고 생각하면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업비트를 자주 보기 때문에, 씻고 준비를 하면서 업비트를 켰는데.... 아니 웬걸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헠...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코인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갑에 코인을 꽤나 다양하게 갖고 있거든요(업비트 매수 화면은 수수료 찌꺼기들....) 손실을 직접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잃었을 거라는 계산이 서더군요. (ㅠㅠ)
이런 일은 왜 일어났을까요? 최근 흐름 좋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To the Moon 할 거라고 믿었답니다) 이런 폭락은 분위기 좋던 코인 시장에 너무나 치명적인 타격입니다.
놀랍게도, 이 폭락은 세계 최대의 거래소 두 곳(바이낸스, FTX)의 수장들 간의 싸움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Binance의 수장 창펑 자오(이하, CZ)와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수장 Sam-Bankman-Fried(이하 SBF), 이 두 고래들 간의 싸움 말입니다.
시작은 코인데스크의 기사 하나였습니다. 코인데스크는 기사에서 FTX와 Alameda(SBF의 투자 회사)가 너무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연결되어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근거로 Alameda의 대부분의 자산이 FTT(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죠. 코인데스크는 Alameda의 비공개 대차대조표를 지적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Alameda의 자산 146억 달러는 FTX 36.6억 달러 가량의 FTT코인이고, 21.6억 달러 가량의 FTT 담보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또, 기사는 부채 80억 달러 중 2억 9200만 달러 가량이 락업된 FTT, 그리고 나머지 74억 달러가 대출이라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괴상한 구조의 원인은 어쩌면 루나 사태였을수도.... 루나 폭락 때문에 Alameda가 이러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언제든 매도가 가능하며, 별다른 유틸리티가 없는 거래소 코인인 FTT가 주요 자산이라는 사실은, Alameda가 재정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Alameda와 FTT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냈죠.
재정 건전성이 너무나 부족했던 SBF의 자회사, <Alameda>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CZ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크립토는 매우 위험하다"라는 글을 올렸죠.
이후, 바이낸스 계좌로 다량의 FTT가 입금되었고, 사람들은 바이낸스가 FTT를 모두 매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겁에 질렸습니다. 사람들은 CZ에게 FTT 매도에 대한 팩트체크를 요청했고, 그의 대답은....
네, 맞습니다. 그는 "루나 사태로 익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리의 계좌에 있는 FTT를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얘기하면서 "이혼한 후에도 사랑하는 척을 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죠. 바이낸스는 한때 FTX의 성장에 투자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었는데요, 2021년 지분을 빼면서 21억 달러 상당의 BUSD와 FTT를 받았고, 그것을 청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죠.
CZ가 확인해준 대로 바이낸스가 갖고 있는 FTT를 매도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FTT는 어마어마한 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인 9일 FTT는 -72.66% 하락한 $6.03를 기록했고,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물론, 폭락한 것은 FTT만이 아니죠. FTX가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코인 역시 폭락했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본 상황은 바로 그 상황의 결과였죠.
FTX와 연결되어 있던 Alameda의 재무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FTT의 폭락이 거듭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FTX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이 FTX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판단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FTX가 FTT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덤핑 하지는 않을까?
FTX가 파산 위기에 빠져서 유저의 코인 출금을 막지 않을까?
네, 그러고... 두 가지 일이 모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3위 거래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FTX는 이번 일로 큰 유동성 위기에 빠져버렸고, 실제로 FTX에서의 출금 역시 막혔습니다. FTX는 '법정화폐 이외의 출금은 중단된다'라고 밝혔죠. 현실적으로, 한 번이라도 고객의 자금 인출을 막은 거래소가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FTX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의 여파로, 코인 시장은 붕괴하기 시작했죠.
갖고 있는 FTT 코인은 똥값이 됐지, 유저들은 뱅크런 하지.. FTX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었죠.
FTX의 스테이블 코인 보유량이 1년 최저치에 도달함.
FTX의 시간당 ETH 유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
모든 거래소의 FTT 토큰 보유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현재 유통량의 60%가 거래소에 있음)
FTX의 파산의 경보음이 시장에 울려 퍼지고, 코인 시장은 엄청난 위기를 직면했죠. 모두가 코인 시장의 붕괴를 예상하던 이때,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바이낸스가 파산 위기에 빠진 FTX를 상대로 'Non-binding LOI(구속력 없는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겁니다.
CZ는 "FTX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들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FTX 입장에서는 정말 병 주고 약 주는... 그런 일이긴 했지만 말이죠.
물론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진행될지는 의문이 많았고, 무엇보다 세계 1위, 3위 거대 거래소 간의 M&A를 미국 금융당국에서 가만히 두고 볼지에 대해서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일이 실제로 진행돼서 유동성이 FTX에 공급되고, 재정 불건전성이 해결되면, 크립토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죠. SBF 역시 이 일에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렇게 일이 해결되는 줄 알았으나......
한국 시간으로 10일, CZ는 인수를 포기한다고 선언합니다.
바이낸스는 성명서에서 'FTX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FTX의 위기가 생각보다 거대하고, 우리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죠. SBF에 의하면 FTX에는 현재 60억 달러의 뱅크런이 발생했으며,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8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죠. 하지만, 누가 과연 침몰하는 배에 돈을 투자할까요?
금융 시장에서의 뱅크런은, 사실상 해당 회사의 파산을 의미합니다. '신용'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 할 거래소가, 고객들의 자금 인출을 막아놓고서는, 다시 유저들에게 이용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양심이 없는거죠.
현재, 루나 사태와 다름없는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에는 일어나고 있으며, 암호화폐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립토 시장은 이처럼 소수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미친 듯한 가격 변동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차차 발전해 나갈 블록체인과 크립토 비즈니스가 으레 겪는 진통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 지를 알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CZ는 SBF를 공격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CZ가 SBF를 의도적으로 공격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립토 생태계와 바이낸스의 재정 상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 행동이 스노우볼링이 구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Z가 SBF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죠.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1. 정말로 재정 건전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2.SBF가 하는 정치적 로비가 CZ와 크립토 업계의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
3.FTX의 신규 발행 스테이블 코인이 바이낸스의 스테이블 코인에 도전하는 것과 같아서
1번은 어쩌면 당연한, 그리고 CZ가 직접 애기한 표면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2번과 3번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죠?
2.SBF가 하는 정치적 로비가 CZ와 크립토 업계의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
-> 10월 20일 SBF는 암호화폐, 그리고 Defi를 블랙리스트 방식으로 규제하려는 정부 당국의 견해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이는 '탈중앙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씬의 유저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거래소의 수장이나 되는 사람이 크립토의 정신인 탈중앙화를 역행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비난했습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죠. SBF는 실제로 지난 미국의 대선 때 바이든 캠프 기부 금액 2위에까지 오르면서, 입법을 위한 로비에 공을 들이고 정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로비는 어쩌면 '3위 거래소로서 1위 거래소를 이길 유일한 방법'처럼 그에게 보였을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아니었죠. 탈중앙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행동은 '크립토 씬 바깥에 있는 플레이어(정치인)를 씬으로 끌고 오는 행동'처럼 보였으니까요.
그가 정치인을 끌고 오는 행동은 크립토 씬의 사람들과 CZ에게 굉장히 불쾌한 행동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일은 그의 행동에 대한 CZ의 '레드카드'였다는 분석이 존재하죠.
3.FTX의 신규 발행 스테이블 코인이 바이낸스의 스테이블 코인에 도전하는 것과 같아서
-> 최근 FTX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고 선언하면서 협력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는 바이낸스에게 있어서 대단한 도전처럼 느꼈을 것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미 세계 2위 스테이블 코인인 USDC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자체 스테이블 코인인 BUSDC(바이낸스 USD)를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지배자로 세우려고 했기 때문이죠.
FTX 역시 크립토 비즈니스에서 너무나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공룡이기 때문에, FTX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한다면, BUSDC의 위치에 금이 갈게 뻔했으니, 미리 선수를 쳐 FTX를 부숴버린 게 아니냐는 사람들의 분석이 존재합니다.
이전에는 동생처럼 키워왔던 FTX가 바이낸스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이들의 '기강을 잡은 것이다'라고 볼 수 있죠. (기강을 잡은 거라기엔 불구를 만들어놓기는 했는데....)
마치며
지금의 위기는 너무나 큰 위기입니다. 어쩌면 올해 발생한 루나 사태, 그 이상일 수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당신의 하드 월렛입니다. 업비트도, 바이낸스도, FTX도 당신의 디지털 자산을 지켜준다고 장담하지 못해요.
소수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지배되는 크립토 시장,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위기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라는 비즈니스가 발전해나가면서 으레 겪는 진통일 수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급작스런 이러한 위기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마무리는, CZ가 바이낸스 직원들에게 최근 보낸 메일을 첨부하여 마무리하겠습니다.
~주요 내용~
1. 경영진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았으며, 관련이 없다. SBF가 연락한 것은 24시간도 되지 않았다.
2. 모든 바이낸스 직원은 FTT 거래를 멈춰라. 바이낸스 또한 회사 차원에서의 FTT 매도를 중단했다.
3.FTX가 망하는 것은 우리 업계에 좋지 않은 일이며, 이번 사태는 '바이낸스의 승리'도 아니다.
- 규제 당국이 이번 일로 우리를 더욱 조여올 것이며, 많은 고객은 신뢰를 잃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15)
결국 FTX가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런지 참 많은 일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