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걷는 것이힘들었고, 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100m 이상의 거리는 차를 이용해서 움직였다.
40대 중반에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허리디스크라고 한다. 한동안 계속 물리치료를 받던 중 어느 날 의사 선생님께서 "물론 지금도 살이 쪘다는 것은 아니지만, 몸무게를 조금만 빼면 허리가 훨씬 편할 겁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지만 결국은 '살을 빼라'는 소리였다.
몇달 전 부동산스터디에서 재개발구역 임장을 갔다.
휴일 하루 날을 잡아 여러 구(區)에 걸쳐 걸어다니는 임장은 대략 2만보를 걷는다. 임장 도중 걷는 것이 힘든 나는 중간지점 커피숍에서 기다렸다가 내가 보고 싶은 구역에서 합류했다.
평소에 걷는 것과는 담을 쌓은 터라 역시 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종아리가 터질 듯,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MRI 촬영 결과 '무릎연골판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노화의 시작이었지만 역시 체중이 문제였다.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나는 8cm 굽의 힐을 신고 가슴을 열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서 도도하게 걷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이 도도함이 싫다고 했다. ㅋ) 힐이 습관이 되어 낮은 운동화를 신으면 몸이 뒤로 쏠려 오히려 허리가 아파서 운동화도 될 수 있는 한 굽이 있는 것을 선호했다.
어느 날, 구두를 신고 서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가운데 발가락에서 '뚝'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찾아왔다. '나이가 들면 아치가 내려앉아 발이 커진다는데, 구두가 너무 끼이나?' 구두를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해 보았으나 통증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발가락 뼈에 금이 간 것일까?' 혼자 여러 상상만 할 뿐 병원 가는 것이 두려워 운동화를 한 달간 신고 다녔다. 구두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주 힘든 선택이었다.
3일간의 출장이 있었다.
예쁜 원피스를 입고 운동화를 신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억지로 구두를 신어보았다. 약간의 통증은 있었으나 견딜 만은 했다. 하지만 3일 후의 통증은 처음의 것보다 더 심해져 걷는 것조차 힘들게 했고, 뽀와 뿌 산책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병원을 찾았다. '지간신경종'이라는, 빨리 낫지도 않고 잘 낫지도 않고 재발도 잘되는 고질병에 걸리고 말았다. 노화와 과체중이 문제라 살을 좀 빼면 도움이 된단다.
30대는 굶으면 굶은 대로 살이 쭉쭉 빠졌다.
40대는 굶으면 천천히라도 빠지기는 빠졌다.
50대가 되니 굶는 것도 힘들고 굶더라도 살이 빠질 생각을 안 한다.
1kg라도 빼고 나면 기운이 없고 목이 따끔거리며 온몸이 쑤시고 아파온다. 병원 가서 약을 먹는 동안(약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하므로) 살은 요요를 시작한다.
1년간 PT도 받아보았다. 모두가 다 아는,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같은 량의 운동을 해도 살이 덜 빠진다는 이론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8cm 내려가야 할까?
살이 안 빠지면 난 여전히 허리 디스크, 무릎연골 파열, 지간신경종으로 일상생활에서 걷는 것조차 힘들 것이며, 예쁜 옷과 예쁜 구두를 포기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건강하고 예쁜 바디를 꿈꾸며 어제 실패했던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아니 이제 살기 위해 살을 빼야 한다.
'마음만은 청춘'이란 말은.. 몸은 이미 청춘이 아니란 말이 내포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