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한 수녀와 메탈헤드 지망생

우윳빛깔 도그마

by 김몽콕

신청곡을 엄선해 받는 메탈 주점에 갔다가 생긴 습관이 있다. 무작위로 나오는 음악을 듣고 메탈바에서 틀어 줄 법한 노래인지 바텐더의 심정으로 감별해 보는 것이다. 토요일 낮, CBS 라디오에서 나오는 <바빌론 강가에서> 조차 중금속 함량 분석의 예외는 아니다.


"불합격."

"그게 무슨 소린데?"

"그런 게 있다."


노래가 '메탈처럼 들리는가?'에 신경 쓰게 된 건, 주점에 앉아있는 동안 신청한 노래 두 곡 중에서 한 곡만이 엄격한 중금속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9월 4일에는 레이디 가가의 신곡이 발매 됐다. 신보 소식에 기뻐하며 뮤비를 감상했다. 귀신 들린 비스크 인형들이 춤을 추는 으스스한 영상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음악이 날 죽음에서 살렸고, 난 죽을 때까지 춤추겠다.'는 가사의 흥겨운 디스코였다. 마더 몬스터의 음악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완벽했다. 하지만 이 조차 금속 함유량 측면에서 본다면... 마스터 피스를 앞에 두고 불경한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죽 내렸다.



심상치 않은 썸네일이 보였다. 다리 양 옆이 길게 트인 수녀복을 입고 콥스 페인팅을 한 오 인조 밴드의 사진이었다. 머릿속 금속 감지기가 크게 울렸다. 썸네일을 클릭했다. 뿔 달린 금성 기호 목걸이를 한 불경한 수녀들이 무대에 서 있었다. 긴박한 기타 리프와 드럼 소리를 배경으로 마이크를 든 수녀가 검게 칠한 손톱으로 하늘을 찌르며 "주여! 질문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어지는 노래의 가사는 '불경한 수녀'라는 밴드의 콘셉트에 걸맞게, 억압되어 있던 수도자의 성적 해방과 죄책감에 관한 내용이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던 중에 난입한 동료 수녀를 유혹해 가위처럼 포개어져 관계했다거나 사탄을 제압하는 미가엘의 성상을 보고 금지된 열망을 느꼈다는 식이다. 곡의 후반부, 범죄 현장에서 발각된 수도녀는 마치 정결 서약을 어긴 적이 없다는 듯 빈 손을 보여준다.


"절 믿어 주세요! 전 결백하고,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답니다!"


쉴 새 없이 내달리던 전자음이 잦아들고, 이제는 음악에서 벗어나라는 듯 드러머가 하이햇을 열댓 번 걷어찼다.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게 만들던 노래가 그치고 맨 정신에 든 생각은, '이 (노래에 나오는) 수녀는 수도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닌데?'였다. 대상화된 수도복과 왜곡된 십자가, 독신 정결 서약은 개나 줘버린 가사 모두 신성모독적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종교적 규율과 도상을 걷어내고 나면, 혈기왕성한 나이에 눈 맞은 두 사람과 욕구불만에 시달리다가 금발미남이 육체미를 과시하는 조각상에 (속된 말로) 꼴린 사람이 있을 뿐이다. 노래 가사를 빌려 오자면, 그저 약간의 만족을 원하는 인간이다. 수도원을 벗어나서 환속하면 될 일이 아닌가. 왜 굳이 수녀원에 붙어있으면서 죄책감에 몸부림치고, 규율을 어겼다는 사실에 은근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왜 나는 모든 장르의 음악에 관대한 방구석 스피커를 두고 엄격한 규칙에 따라 선곡하는 가게에 구질구질 집착하고 있는지 대해서도.



어쩌면 불경한 수녀들은 수도원을 벗어나면 딱히 갈 곳도 없을뿐더러, 처음 맛보는 해방에 어쩔 줄 몰라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수도사들에게 금지된 기쁨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속세의 사람에게 침을 튀겨가며 파계의 즐거움에 대해 설명해 봐야 관심 밖의 일일 것이다. 요컨대, 이단적 가르침은 오히려 신앙심이 충만한 사람에게 잘 먹히는 법이다.



신청곡 받는 가게에 가는 이유로 겸손하게도 ‘내가 모르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위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 본심은 ‘내가 아는 노래를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뽐내고 싶어서’ 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 그 음악을 알 만한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내가 만든 노래도 아니고, 단지 좋아할 뿐인 노래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다니. 참으로 낮은 수준의 자기 과시 욕구가 아닐 수 없다. 불경한 수녀들은 그 유치한 욕구에 굴복하라고 유혹했고, 그 노래는 메탈헤드 지망생의 허영심을 채우고도 넘칠 정도로 뱅어 했다. 나는 다음번 메탈바 방문을 기약하며 플레이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