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한_502년_순장제 폐지

실직주 방어전_(6) 교란 작전

by 박달


마을이 거의 비워지고, 피난민들이 산 능선을 넘어간 직후, 잠잠했던 숲이 기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바람도 소리도 잠시 멈춘 듯했고, 봄 풀잎의 끝조차 떨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말갈족 정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섯 기.


말을 타고, 가죽 방패와 짧은 창을 든 말갈의 척후병들이 마을 북동쪽 개활지에 나타났다.그들은 아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마치 이 땅이 원래 자신들의 것이기라도 하듯, 당당하고 신중하게—. 그러나 정확히, 아라가 예측했던 방향에서 였다.


그 순간, 낮은 풀숲 사이에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옆에는 풀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엎어진 짚단 수레 하나. 말갈 정찰대의 선두 기수가 조심스레 말을 몰았다. 그가 수레를 향해 다가가려는 찰나. 저 멀리 숲에서, 까악! 하는 까마귀 울음이 들리며 동시에 수레 위에서 짚더미가 폭삭 무너졌다. 놀란 말갈 정찰병들이 창을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짚더미 안에서 아간의 병사가 말갈 기병을 이미 찌른 후였다.


“지금이다!”


숲 뒤편, 능선 가장자리에서 아간의 외침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아간 병사들의 함성은 전면을 가리지 않았고, 단 한 쪽, 정찰병의 후방 측면만을 향해 터졌다. 곧이어 도토리 나무 아래에 숨어 있던 아간의 기마병 두 기가 바람처럼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단지 달리고 정찰대를 쫓을 뿐이었다. 그 목적은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소리의 전술’이었다. 말갈 정찰대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함정일까, 유인일까? 주력부대가 근처에 있는가? 우리 정찰대만 노리는 것인가?’


짧은 시간에 정찰대장은 빠르게 판단했다.

“후퇴한다! 이건 정면 충돌이 아니다. 정찰 목표만 이루면 된다!”

정찰대는 마을 주변을 더 살피지 않고 숲 속으로 퇴각했다. 아간이 일부러 남겨둔 그 방향으로 퇴각했다. 그들 말갈이 들어오기 편한 쪽은 이미 막혔음을 확인시킨 작전이었다. 그들은 이제 북쪽 골짜기 쪽으로 빠져 실직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 길은 병력이 통과하기엔 너무 좁고, 고저차가 심한, 말갈군에게 불리한 진입 경로였다. 아간은 멀어지는 적의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놈들은 이제 우리가 원한 길로 올 것이다.”


그는 옆에 서 있던 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이 길 위에 흔적 하나도 남기지 마라. 저놈들이 돌아가서도 더욱 헷갈리게 하라.”


이사부는 능선 아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격 한 번 없이 적을 유인하여, 말갈 병력을 불리한 지형으로 들어오게 하는 전략적 승부. 그의 전략을 정확하게 이행한 아간의 노련함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전략이 가능했던 배경엔 아라가 감지해낸 말갈의 이동 경로가 있었음을 떠올렸다.

“우리 셋. 정말 기묘하게 잘 맞물리는군.”

그는 나직히 중얼거리고, 다시 병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사람은 살았고, 적은 속았고, 마을은 여전히 숨을 죽인 채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 불빛은 꺼졌지만, 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전장의 첫 승리는, 그렇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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