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마비, 성대 마비
임파선 쪽으로 재발이 되어 신경이 암 병변으로 인해 눌려서인지 아님 그 외 다른 요인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성대 마비가 와 음식물을 전혀 못 삼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개월 동안 항암 할 때도 3kg 이상 빠지지 않던 몸무게가 한 달 새에 9kg나 빠졌다.
종아리는 나뭇가지처럼 얇아지고 팔뚝은 손목처럼 가냘퍼졌다. 하루하루 수액으로 맞는 영양제와 간신히 넘기는 고농축 음료 뉴케어만으로 연명하고 있다.
좀처럼 돌아올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감각 마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간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다..
평생을 수액을 맞으며 간신히 연명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든다.
정말 지친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해도 회복을 하지 못할 거 같다는 두려움이 자꾸만 나를 휘감는다.. 눈물이 날 거 같지만 악착같이 버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화가 난다..
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닌가..
살은 점점 빠지고 힘은 없어지고 초점은 흐려져 간다..
그러던 중 자궁 근종 수술로 인해 입원해 있던 엄마가 퇴원 후 오늘 찾아오셨다.
엄마는 나를 보시자마자 우셨다.
바짝 말라비틀어지고 얼굴에 뭐가 잔뜩 난 내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셨나 보다. 내가 참 불효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간호를 해도 모자랄 판에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를 울게나 하고..
엄마가 우니 나도 그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봇물 터지듯 울어댔다.
엄마는 곁에 앉으시더니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으며 이겨낼 수 있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나는 솔직히 너무 지친다고 정말 죽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엄마는 그럴 일 없다며 우시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엄마와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얼굴이라 한참 바라보았다. 다시 못 볼 수도 있다 생각하니 너무나 그리울 거 같다..
그리운 마음이 들어서 엄마에게 조용히 말했다.
"엄마 아들로 산 게 난 너무 좋았어 엄마."
엄마가 그 말을 들으시더니 오열을 하셨다.
엄마는 마음 약해지지 말라며 연신 내 얼굴을 쓰다듬으셨다. 그렇게 얼마 있다 엄마는 가셨다.
오랜만에 엄마를 보고 매일 와서 안부를 묻는 아버지와 집에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죽는 게 너무나 두렵다..
오늘 봤지만 너무 보고 싶다..
그래서 살고 싶다..
제발 이 마비 증세가 회복이 되어 음식을 먹어서 가족들 곁에 있게 됐으면 좋겠다..
부디 몇 달 후의 내가 지금을 '참 힘들었지..'라며 추억하며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난 오늘도 시간을 죽이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