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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해라 Mar 01. 2023

내 나이 마흔. 이룬 것도 가진 것도 없다.

코인 그놈의 코인 1

 코인 이야기에 앞서 주식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한다.


 내가 서른 초반이었을 무렵, 그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의 권유로 주식을 접하게 됐다. 그때가 아마  2014~5년도로 기억한다. 남자친구는 주식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초보자 운이 있다며 아무거나 사도 오른다 했다. 주식이 처음이었던 나는 주당 가격이 천차만별인 주식종목 중에서 오로지 싼걸로만 골라 10주씩 샀다. 아주 골고루.

 동전주라 불리는 그것들은 10주씩 사봐야 돈 몇 푼 되지 않아 나는 부담 없이 재미로 한 번씩 주식차트를 보곤 했다.

  지금 내 기억에  정보가 없는 걸 보니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변변치 않았나 보다. 

 그 이후에도 이것저것 사고팔며 별 의미 없는 매매를 해 증권사에 수수료만 떼줬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말에 좀 더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키워 들어간 주식 하나.


 남자친구는 여전히 주식에 대한 공부나 가치관에 대해 나와 이야기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냥 각자 알아서 매매를 했다. 내가 몇 종목 추려 남자친구에게 이 종목 어떠냐 들어가도 되겠냐 이런 조언을 구하는 정도였고 그는 이건 별로 저건 별로 이러면서 대부분 퇴짜만 놓았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들어간 주식은 마이너스가 났었고 앞에 퇴짜 맞은 세 종목이 3개월 뒤에 수익률 100%가 돼 있더라. 보고 있나 윤*국.


 여하튼 이후 남자친구의 말 한마디에 투자금을 올려 들어간 종목이 있었다.

 그 종목은 남자친구가 오랫동안 보유하던 종목이었는데 사놓으면 나쁘진 않을 거라고 내게 권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래도 주식 1년 차 초보인 나보다는 중학교 때부터 주식을 해왔던 그를 믿었다.

 그 믿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꼭 한 달 뒤 그 주식이 아무 징조도, 어떤 뉴스도 없이 상한가를 쳤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차트를 열어보던 그날의 기억이 난다.

 힘차게 뻗어있는 양봉에 내 정신도 함께 하늘로 승천해 버렸지. 하. 하. 하.

 그때부터가 내 인생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대에 인생의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염병 지하가 있었을 줄이야.

 그때부터 뉴스를 찾아보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종목 게시판은 온갖 희망적인 이야기들로 도배됐다. 뉴스는 상한가를 치고 나서야 떴던 걸로 기억한다. 중국합자공시가.


 그 당시 중국합자공시가 뜨면 크게는 10배, 20배까지 간 종목도 있었고 대부분 3~4배 정도의 수익이 실현됐다. 난 그것이 기회라 생각했고 3일 연속 상한가를 친 그 종목에 눈이 뒤집혀 버렸다. 3일 만에 수익률 100%라니.

 남자친구는 '파는 게 좋을걸.'이라며 소극적으로 매도를 권유했고 그에게 팔 거냐고 되물었더니 자신은 팔지 않겠다 했다. 이미 눈이 뒤집어진 나 또한 팔 생각이 전혀 없었고 소소하게 수익률 3배를 기대한 채 투자금을 더 넣었다. 인생 한방을 부르짖으며.

 

 떨어졌다.


 아 잠깐 조정 중이구나. 곧 다시 올라가겠지.

 그래프는 구매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다시 우상향을 했지만 전 고점을 뛰어넘지 못하고 다시 자빠졌다. 나는 그것이 기회라 생각하고 물타기를 했다. 어느새 투자금은 처음의 세배로 불어나 있었다.

 또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했다. 이번엔 그 이후의 고점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게시판은 여전히 희망을 불 싸지르고 있었고 나 역시 곧 날아갈 그래프를 기대하며 존버를 시전 했다.


 더 떨어졌다.

 이번엔 완전 폭락이었다. 가파르게 올라갔던 만큼 가파르게 떨어져 그 충격이 더 컸다. 이미 나는 평단가가 상당히 높아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불씨는 사그라들고 그래프는 힘없이 바닥을 기었다.

 이후로도 희망을 놓지 못한 나는 꽤나 오래 그 주식을 보유했었지만 2016년도에 사드배치 이슈가 있었고 중국과의 관계는 얼어붙었다. 당시 급전이 필요했던 나는 반토막이 난 주식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투자금의 반은 연기처럼 날아갔다.


 이후에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때 그 주식을 팔지 않았냐고. 는 자신의 대에서 이 주식을 팔 생각이 없었댄다. 하... 인생.


 그런건 미리 이야기 했어야지.

 나는 내 대에 팔고 싶다고! 난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고!


 여러분, 투자는 공부 많이 하고 반드시 여윳돈으로 합시다. 무리한 투자는 정신건강에 좋지 않아요.

 이 글을 쓰면서 그때 중국합자공시로 단기간에 10배가 뛰었던 주식을 찾아봤더니 상장폐지됐네요. 인생에서 타이밍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여러분!


 


귀여운 우리 애 좀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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