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헤어스타일의 변천사
패션의 완성은 무엇일까요? 물론 얼굴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다 알지만,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제쳐둡시다. 패션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인상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것이겠죠. 사람의 인상을 바꾸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머리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헤어스타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무심코 유행이 바뀌는 것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바꿔보고는 하다가 과거의 사진을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며 세월의 흐름을 직감합니다. 오늘은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10년 단위로 변화하는 한국의 헤어스타일과 근현대사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들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옛날에도 헤어스타일에는 계속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작정 상투를 틀고 머리에 비녀 꽂는 게 아니었다는 거죠. 심지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도 스타일이 다 다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선 중기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신분에 따라서 모양이 달랐다고 합니다. 옛날 그림을 보면 단정해 보이는 양반과 달리 낮은 신분의 평민들과 노비의 경우 머리카락이 상투를 틀어도 삐져나오거나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투를 틀 때 정수리 부분을 밀어서 동그랗게 공간을 확보하고 나머지 머리를 올렸다는 건 잘 몰랐을 거에요. 이는 청결도와 미용 상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신분에 따른 머리 모양은 여성들의 경우에 훨씬 시각적으로 구분이 잘 됩니다. 사극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궁중의 여인들은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거대하죠. 이것을 가체를 얹는다고 표현하는데, 크면 클수록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당시 얹은 머리는 경제적인 풍요와 문화의 번영을 상징했는데요, 가체 값이 점점 올라가서 사치품이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조 12년에는 가체를 금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조선 후기를 지나 강화도 조약 이후 개화기에 들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쪽머리가 등장합니다. 가체를 금지하고 나니 많이 소박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남자들의 머리는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발령이 그만큼 영향이 컸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는 서양의 헤어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봉건주의를 타파하고 근대화로 나아가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 50년대와 60년대에는 파마머리와 단발컷이 유행을 하게 됩니다. 이 시기 TV가 들어오게 되며 서양 매체를 접한 한국인들은 헤어스타일을 많이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파마머리의 경우 단순한 웨이브가 아니라 거기서 파생된 스타일의 종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한, 현대무용가 최승희가 선두주자였던 단발 보브컷은 신여성, 주체적인 여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고정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죠.
60년대 깔끔한 형식의 머리를 지나 70년대와 80년대에 들어서며 장발이 유행하였습니다. 60년대의 머리 역시 TV를 통해 접한 서양 배우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주목해야할 시대는 70년대입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히피문화가 인기를 끌며 장발이 유행하였는데요, 박정희 정부에선 이를 퇴폐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한 두발규제를 실시하였습니다. 1973년엔 경범죄 처벌법에 장발 단속이 포함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게 되며 두발 규제는 점차 완화가 되었고, 대학가요제에서 볼 수 있듯이 덥수룩한 머리가 80년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고바우 영감에서 볼 수 있듯이 86년부터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서 학생들의 두발 규제를 실시하였습니다. 경제적인 성장에 맞춰서 사회적 분위기도 이전에 비해 매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등장했죠. 90년대 하이틴 스타들을 보면 제각기 다양한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눈부신 외모에 가려서 헤어스타일은 잘 안보게 되는데 집중해서 보면 비슷한 머리가 별로 없죠.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힙합과 댄스음악의 붐과 함께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긴 머리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200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분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학교 앞에서 학생주임이라는 공포의 존재가 두발 단속을 했었죠. 학교에서의 두발 자유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긴 머리가 유행을 했었죠.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헤어스타일을 역사적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데요, 약 5년의 짧은 주기로 헤어스타일이 변화할 정도로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글이 너무 길었죠? 그만큼 한국의 헤어스타일은 글 하나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고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했습니다. 규제가 있으면 그것을 피해서라도 개성을 어떻게든 분출했던 옛날에 비해선, 오늘날엔 정말 자유롭게 본인의 머리를 선택할 수 있죠. 새삼 근대화가 진행되던 시기와 비교해보니 선택지가 많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음 번엔 더욱 재미있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훈기
참고자료 |
나윤영, 「한국 여성의 헤어스타일 변천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2002.
양미경, 「조선시대 신분변화에 따른 헤어스타일 연구」, 한국미용예술경영학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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