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간시장'의 못다한 이야기와 '문학의 힘'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인 ‘인간시장’. 출간 3년 만인 1984년에 100만 부 넘게 팔리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고, 총 560만 권 이상이 팔렸습니다. 단순히 판매된 권수를 넘어, 인간시장은 1980년대, 신군부가 정권을 잡았던 시대에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로써, 국민에게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40년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주제관 전시로 인간시장과 같은 책들을 모아 소개하는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김홍신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재선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홍신 작가는, 약 2시간의 북토크 동안 인간시장 작가로서의 소회, 집필한 다른 소설 ‘대발해’까지. 책과 문학에 대해 김홍신 작가만의 생각을 전했는데요. 뜨거웠던 김홍신 작가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질문과 답변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국문학과 재학생입니다. 수업 때 인간시장이라는 작품을 먼저 접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됐는데요. 10권 중 “악을 쓰며 살아가지”라는 구절에서 악의 의미에는 악할 악(惡)이 담겨 있나요?
A. 보통 우리가 왜 악쓰냐라고 하죠. 악의 받쳐서 하는 경우가 있고. 소리를 높이거나 자기 감정을 크게 노출시키고 싶어서 쓸 때, 통용하는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흔히 얘기하는 악할 악, 악이 포함됐느냐라는 궁금증이 있을 수 있는데 근본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악이라는 말은 동의어니까. 악독하다, 악하다라는 뜻을 가진 악(惡)으로 변질이 되는 거죠. 시대의 언어는 변합니다. 변화된 의미 속에는 그 악도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글’이 참 독특하죠. 세계 모든 언어 중에 지은 사람을 알 수 있고, 지은 이유를 설명돼 있고, 응용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한글은 소리글자인데요.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도 볼 수 있겠네요.
Q. 인간시장은 1980년대 출간한 작품입니다. 40년이 지난 현재, 복수극 형태의 드라마,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복수 방법이 훨씬 잔인한데요. 그래서 주인공 장총찬의 복수 방법이 시원찮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역설적이게도, 그 시절만 해도 ‘인간시장의 복수 방법이 지나치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는 이른바 5.18 광주민주화운동, 군부독재가 있었죠. 저는 장종찬의 응징 수위가 신군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악독함 등 국민을 멸시한 잔인함에 이런 것들에 비교하면 너무 나약하다라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응징 방법이 독하다고 했죠.
2022년에 와서 이걸 보면 나약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어떤 문제가 있었냐면, 검열의 문제가 있었죠. 검열의 문제로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보도지침 등으로 잘 알듯이 당시는 검열의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응징할까요. 인간시장을 쓸 때는 장총찬이 주먹으로 해결했지만, 지금은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혹은 젊은이들의 의식을 가지고 1인 시위를 하는 것들로 응징하지 않을까요?
Q. 인간시장이 출간 3년 만에 100만 부 이상 팔렸는데 예상했나요?
A. 처음에 했다면 선구자였죠. 그 시절에 무명 작가라는게 청탁도 별로 없고, 원고료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그 때, 동아일보에 ‘서울요철’이라는 것을 일주일에 한 번씩 썼음. 서울요철이라는게, 나오고 들어가는 의미인데요.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교사를 해서 일주일에 해서 글을 썼었습니다.
당시 서울역 주변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여성들을 속여서 선도증을 만들어서 안내해서 취업을 시켜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들은 필름 카메라로 여성을 찍었고, 이력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창녀촌 같은 곳에 여성들을 인신매매했습니다. 지금 서울스퀘어 뒤를 과거엔 양동이라고 불렸는데, 글을 쓰려고 취재를 하다 걸린 적도 있었죠.
또 한번은, 신촌로터리에 가면은 인력시장이 있었습니다. 거길 취재하려고 허름한 옷을 입고 가는데, 새벽 4시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인력시장에서 취재하려고 막일을 구하러 갔는데, 선택을 안합니다. 제 덩치를 보니까 데리고 가봤자 일을 할 것 같지 않았다고 본거죠. 세번을 가는데 전부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렇게 서울요철을 연재했습니다.
1980년에 주간 한국에서 연재를 하자고 제안이 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검열의 시대니까 편집국장한테 말했죠. “글을 써봐야 다 고칠 것 아닙니까.” 그러자 편집국장이 “당신이 쓰면 고치지 않겠다. 무조건 써라.”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편집국장하고 문화부장이 신문사로 격려 전화와 편지가 많이 오니까, 이게 뭔가가 대박이 날 것 같다고 언질을 줬습니다. 연재를 끝내고 책을 내려했습니다. 1981년 9월 1일 자로 인간시장이 나왔는데, 9월 1일자로 나온 책이 10월 1일자로 1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죠.
Q. 1980년대의 범죄 양상하고 2022년의 범죄 양상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인간시장을 다시 쓰신다면, 사회의 어떤 부조리, 범죄를 고발하고 싶으세요?
A. 세월이 지나서 겨우 밝혀지는 범죄가 권력구조 안에 너무 많습니다. 권력형 범죄를 쓰고 싶네요. 국민을 위해 권력이 존재해야 하는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권력이 많습니다.
옛날에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강제 정관수술을 시켰던 일이 있었습니다. 공무원의 고과에 반영된다고 할 정도로 국가에서 주도로 시행했는데, 이제 약자인 장애인 시설에 가서 정관수술을 하게 됩니다. 한센인들을 상대로 강제 낙태와 정관수술도 자행됐죠. 남성은 쉬운데 여성은 어려운 정관수술을 묶어놓고 강제로 했습니다. 약자들 상대로. 이런 내용을 쓰고 싶습니다.
1935년 일제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강제 정관수술과 강제 낙태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익산, 칠곡, 부산, 안동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서도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국무총리 산하에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벌였고,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인피해사건법)’도 만들었습니다.
2017년 2월, 대법원은 강제 낙태·정관 수술에 대해 “한센인들의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고, 한센인들의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한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Q. 인간시장을 주간한국에 연재할 당시, 보도지침이 심했던 사회였습니다. 날아간 원고도 있으신가요?
A. 많이 날아갔죠. 신문사로 원고를 보내면, 신문사에서 활자를 뽑아서 발행을 하는데, 초본을 계엄사로 보냅니다. 검열단에서 검열할 때 전부 지워진 적도 있어요. 내용도 빠져나간 게 굉매우 많았죠.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게 뭐냐면, 검열관이 고쳐서 가져왔다고 해요. 여기는 신문이니까 날짜를 맞춰야 하는데, 검열하다가 날짜에 맞추지 못하면 말썽이 날 수 있으니까, 검열관들이 고쳐서 나온 내용이 꽤 많습니다. 저는 정확하게 어디를 고쳤는지 모르겠네요.
Q. 주제가 베스트셀러로 보는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는데요. 김홍신 작가가 생각하는 ‘문학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A. 인류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기쁨을 향유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보는데요. 인문학은 철학, 역사, 문학이죠. 역사는 과거의 삶을 통해서 내 미래와 우리 세상의 미래를 예견합니다. 과거의 삶을 응용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죠. 철학은 무엇이냐. 지혜를 얻어가는 여러가지 방법론입니다. 문학은 남의 삶을 통해 내 삶을 점검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문학이 가진 힘이 무엇이냐. 간단하게 표현한게 뭐냐면, 고통을 이겨낸 향기다. 고통을 이겨낸 향기가 문학이다. 우리가요. 내가 받는 아픔이나 외로움이나 고통이나 여러움이나 미래의 불안감이 있잖아요. 나 혼자 못견뎌요.
문학의 다양성이 결국 그 사람에게 치유를 남겨주는 것이죠. 문학은 결국 향기다. 한 말씀만 더 드리면요. 소나무를 베거나 풀을 베잖아요. 향이 나죠. 향은 나를 위해서 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려고 나요. 소나무를 베면 솔향이 기가 막힙니다.
그 솔향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내보냅니다. 송진으로 균이나 벌레나 잘린 자리를 막아주는 것이죠. 거기서 향이 나오고 우리가 느낍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에요 남의 삶을 지켜보면서 내 치유 방법의 가장 큰 향기를 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김홍신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기 위한 ‘소재’의 영감을 떠오르는 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인간극장과 함께 다양한 베스트셀러와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전시를 찾아주세요!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조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