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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May 10. 2024

시가 사라지면



그럴 상황이 아닌데,

이력서 정리하려고 메일을 잠깐 본다는 게 새벽의 힘을 빌려 세월을 엎어버렸다.

대학시절부터 시와 편지를 주고받던 친구가 있었다.

2000년대에 편지라니, 그때도 서로 편지 따위를 쓰냐며  놀렸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시도 쓰고 글도 썼다. 나 보기 좋으면 된다고 맘대로 썼다.


같이 밤거리 꽤나 걸었는데, 내가 먼저 결혼하자, 친구는 눈물 난다 했다.

그 뒤 언젠가, 우리는 어긋나 버렸다.  

내 탓이다.

친구와 주고받은 메일을 다시 읽어 보니 확실히 그렇다.

내가 슬픔에 잠긴 친구를 위로하려고 보냈던 이 시가 처음 본 듯 낯설다. 시를 골라 보내던 젊은 마음 언저리를 다시 더듬어 보니, 역시 내 탓이다.

청춘이 가고 친구를 잃은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시가 사라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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