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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kman May 30. 2024

[공부] 1년 공부해서 수능 100점 올리기는 불가능

남이 정해놓은 기준은 남의 것

경희대 한의학과라는 목표가 생기니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도 수학을 한 문제라도 더 풀려고 했다. 그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향상되는 성적을 보고 게임하는 것처럼 신이 나기도 했다. 고2 전국모의고사 4점을 맞은 수학은 요령을 피울 게 아니라 기본부터 다시 다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수학의 정석을 팠다. 과학은 그 당시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영어는 계속 단어를 외우고 틈이 날 때마다 들었다. 그리고 수능공부하는 것마저 모자라서 한의대에 가려면 한자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한자능력시험 3급 문제집을 가지고 열심히 외었다. 정말 경희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한의사가 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고 나는 수능을 보았다.


그리고 수능 성적을 받아보았다.

언어 106 점 2등급

수리 65 점 3 등급

과학 8? 점 2 등급?

영어 68 점 3 등급


정확하게 등급이나 정확한 점수 (특히 과학)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총점이 320 점이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우리 반에서는 3번째로 잘 본 수능이었다. 물론 경희대 한의대는 고사하고 어떤 한의대도 들어갈 수 없는 점수였지만 나는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내 머릿속에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의식하고 있었던 다른 사람의 말 “1년 공부해서 수능 100점 올리기는 불가능이라는 말”을 내 힘으로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낸 통쾌함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일 년을 더 공부한다면 정말 경희대 한의대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일 년을 정말 죽기 살기로 달려온 나는 핑계를 찾고 있었다. 우리 집 가정형편은 재수생활을 서포트해 줄 수 없어. 그렇게 나는 내가 처음으로 꿈꿨던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접었고 대학에 지원을 했다.


수능 성적만 보면 가군에서는 고려대 비인기학과에 갈 수 있다고 나오고 나군에서는 서울시립대 건축조경학과가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미 고려대에 합격한 마음을 가지고 쭉 들여다본 다군에서는 건국대/동국대/국민대/아주대/인하대 중에 한 군데를 골라서 지원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가군에서 대기가 떨어지고 나군에서도 대기가 떨어지고 다군에서도 대기가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결국에 다군에 지원했던 학교에 대기가 풀려서 합격이 되었다. 그건 대학 발표가 나기 전 내 꿈과 비슷했다. 나는 자이로드롭에 타고 있었고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앉아있던 좌석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나만. 그렇게 떨어지다가 어떻게 밧줄을 잡고 거의 외줄 타기를 하며 겨우 나는 다시 제 자리로 올라왔다. 잠에서 깬 나는 희한한 꿈을 꿨네 생각했고 그냥 개꿈이겠지 생각했는 데 현재 대학에 지원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했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결국에 꿈은 마치 현실을 미리 보여준 듯 했고 나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대학에 새내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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