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 미니멀하게 살아보기

어수선하게 쌓여가는 것들 속에서

by 소이


ADHD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돌아다니거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

튀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ADHD가 의심되지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ADHD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내 모습이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딱히 어수선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기에

외려 조용히 지내는 타입이었다.


행동과 겉모습은 얌전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머릿속은 늘 시끄럽고 부산했다.

주변은 늘 어질러져 있었고,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고, 매번 물건을 잃어버렸다.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으니

친구들에게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빌린 물건마저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성인 ADHD로 결국 진단을 받았고,

그중 조용한 ADHD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가방 안은 물건들로 넘쳐났다.

꺼내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모든 물건을 다 꺼내야만 찾아낼 수 있었다.

언제부터 들어있었는지 모를 영수증, 동전,

쓰레기들도 들어있었다.


우산, 지갑, 카드를 잃어버리는 일은 다반사였고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린 적도 숱하게 있으며

가방이 땅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지나친 적도 많다.


그러다 보니 매번 무언가를 수습하고

메우는 삶의 연속이었다.


돈 낭비, 시간 낭비는 물론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컸고 나는 많이 지쳐갔다.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무기력함마저 겹쳤을 때

나의 생활은 물건들로 뒤덮여버렸다.


원래도 어수선하고 물건들이 늘어져 있었지만

한번 싹 치우는 날들이 간혹 가다 한 번씩 있었다.

그러나 깊은 무기력이 덮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땐

걷잡을 수 없이 어질러졌고 정신도 더욱 어질러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했다.

자기 계발서도 읽어보고 삶에 적용도 해보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복용도 했다.


어수선한 머릿속과 주변 환경은 며칠 가지 않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약물 치료로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많이 호전이 되다가도

주변을 보며 나는 다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졌다.



그러다 문득, 이 어수선한 생활을 끝내기 위해서는

애초에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의 종류가

적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생각이 많고 그에 따른 고민의 수가 많으니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를 줄이자.


2. 주변이 어질러져 있어 정신도 어수선해지니

아예 어지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며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미니멀라이프로 이어지게 되었다.


ADHD는 완치되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그로 인한 증상들로

일상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평온과 안정,

더 나아가서는 삶의 충만한 행복까지

누리며 살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만난 ADHD가

어떻게 안정을 찾게 되었고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소개하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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