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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Apr 01. 2022

� 이것이 월드 클래스 품격, 윤여정의 배려

#윤여정 #수어 #트로피 #트로이코처


� 한 줄 요약

- 수어를 통한 호명 그리고 트로피를 대신 들어주는 섬세함


"저희 엄마가 말하기를 사람은 뿌린데로 거둔다고 했다. 제가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 윤여정의 수상소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 한국식 유머이며, 전 세계에 통할 유머라 할 수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엄마의 말을 듣고 따르며 자라났다. 그렇기에 모두가 동의하고 인정하며 들을 수 있는 그런 재치가 더해진 그녀의 한 마디였다. 


✔️ 윤여정의 재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청각 장애인이자 배우인 트로이 코처를 배려해 수어로 그를 호명했다. 그리고 호명과 함께 트로이 코처가 마음껏 수상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손에 쥐고 서 있었다. 


✔️ 언뜻 보면 당연한 상황이고 당연한 배려라 여길 수 있겠지만, 섬세하지 않으면 절대 행동할 수 없는 모습이라 여겨진다. 그녀의 섬세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블루리본을 통해 전 세계의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다. 


✔️ 그녀의 배려는 세심함 투성이었다. 앞에 있는 단 한 명을 위해 보인 배려부터 시작해, 당장 위기에 처한 난민들까지, 누구나 다 알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들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시상식에서 행했다. 


✔️ 그녀를 보며 왜 세계적인 스타인지 알겠더라. 반면 나 자신을 투영하니 왜이리 부끄러움 투성인지 모르겠다. 아,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걷고 있고, 그릇이 작은 사람이란 건 알겠더라. 


✔️ 사실 지난 주 대기업 이직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면서도 나는 부끄러웠다. 한참 부끄러운 수준과 질문과 다른 의도로 답하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핑계라면 새로 맞춘 렌즈가 안 맞아, 눈 앞이 뿌옇게 보인 상태로 면접을 진행해, 엄청난 긴장감에 쌓여있었다는 점이려나?


✔️ 여튼,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못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써치펌에서 연락이 와 급하게 넣은 서류였고, 급하게 진행한 면접이었지만, 그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내 능력이 야속했다. 


✔️ 그렇다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몰랐을까? 아니, 알았다.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고, 어떤 의도로 답을 해야했는지 말이다. 그런데 제데로 된 답변을 전달할 수 없었다. 긴장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어깨 위에 얹힌 과도한 무게감 때문이리라. 


✔️ 어찌됐든 새로 태어날 아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연봉이란 족쇄에 발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심리적 긴장을 극한으로 내몰아 갑자기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됐는데, 툰드라에서 마주하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 이런 것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거 보면 역시, 나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에서 자연스레 농담과 재치를 던지는 그녀와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물론, 그녀와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 단지, 나 자신이 많이 부족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뿐이다. 추가로 그 면접을 보게 되었던 과정이 나름 행복했다.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일들이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사실 과거 창업을 했던 것은 취업의 예선이라는 서류 조차 통과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경력도 없었고, 이렇다 할 능력도 없었다. 1년 가까이 알바만 하며 인턴 생활을 하고 난 후, 계속되는 서류 탈락으로 마윈처럼 마음을 먹었다.


"취업을 안 시켜주면 내가 창업하면 되지!"


 ✔️ 사실 2017년 친구 2명과 해외직구 알리미 앱을 개발하여 1년 간 운영도 했었다. 시원하게 말아먹고 남은 거라곤 내가 열심히 운영했던 일 평균 2,000명 짜리 블로그 뿐이었다. 그 또한 관리를 소홀히 하다보니 200명으로 줄었고, 그 뒤로는 생각없이 살았던 거 같다. 


✔️ 이후 일상생활을 영위하다가 2020년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친구 1명(2017년 멤버 중 하나)과 공동창업을 진행했고, 2020년에는 예창패를 통과하여 '가능성'과 마주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 성과를 내기 위해 백방 뛰어다녔고,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를 기획했지만, 또 다시 무산이란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2020년 12월을 마주했고, 1년 동안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방향성이 틀렸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피보팅을 진행했다. 


✔️ 그렇게 생각한 플랫폼이 크라우드 기반 1인 창작자 굿즈 제작 플랫폼이었고 이를 통해 2021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벽을 넘지 못하고 나는 5월 말에 회사를 나왔다. 


✔️ 당시 결혼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친구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그렇게 나오게 됐다. 또한 나는 생계를 이어나갈 인생의 피보팅이 필요하다 여겼었다. 그렇게 2개월 간의 재정비를 한 후, 8월 두 회사에서 나를 불러줬다. 하나는 내가 지금 다니는 바로등기고, 다른 하나는 헬스케어 컨설팅 펌이었다. 


✔️ 컨설팅펌은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대표님 아래에서 차근차근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대표님이 직접 내 브런치를 보고 연락을 주셨고, 2시간의 대화를 통해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생각했다.


✔️ 바로등기는 내가 공동창업했던 회사처럼 2020 예비창업패키지를 수행했었다. 아이템이 좋았고,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복지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사실 두곳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장점을 놓고 보자면 컨설팀 펌은 배울점이 많은 대표님과 나의 단계별 성장을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었다. 반면 바로등기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단점의 경우, 컨설팅펌은 단계별로 정해진 업무만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반면 바로등기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지만 체계가 없을 거라 판단했다. 또한, 대표의 능력이 의뭉스러웠다. IT적 지식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나는 나중에 스타트업 씬에서 더 구르고 싶다는 생각만 잔뜩하고 있었어서, 바로등기를 택하게 됐다.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물었을 때, 지난 주에 봤던 면접이 없었다면? 100프로 후회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 하지만, 지난 주 대기업 경력직 서류를 통과하고 난 후, 그래도 내가 열악한 환경이지만 열심히는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물론, 이 환경이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이상하게 변화하는 중이라 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여튼, 그렇게 나는 면접 탈락이라는 결과를 오늘 받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훌훌 털어냈다. 그러며 동시에 회고를 했는데, 마지막 질문을 하라했는데, 내가 너무나 긴장해 질문이 떠오르지 않아, 면접마다 마무리에 전달하는 멘트로 넘어간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 그 멘트는 "면접관분들 제가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단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이다. 나는 진심에서 이런 말을 면접 끝마다 전달한다. 그 이유는 면접이라는 유형화된 상황이 긴장 속에서 진실된 마음보단 서로를 탐색하는 형태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인데, 내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심리적으로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 나는 면접도 일종의 심리적 교감이라 여기는 편이라, 이런 멘트를 꼭 날리고 면접을 끝내곤 한다. 그러다가 진짜 끝나버렸지만, 이 멘트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와 잠시 얼굴을 마주했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 그 후, 나를 대기업에 추천해주신 컨설턴트 분에게 감사의 문자를 드렸고, 탈락 문자를 보내준 채용 담당자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들 모두가 나에게 신경을 써주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업으로 나를 대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내게는 감사할 일이라 생각한다.


✔️ 이 모든 것을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했을 때, 윤여정의 수상소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 그렇다, 나는 윤여정의 멘트를 살짝 수정해야 하는데, 남들에게 대하는 방식은 "엄마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 별명은 '사람 성애자'이며,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총체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다.


https://entertain.v.daum.net/v/2022032908000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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