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UX 라이터의 역할
1. 불과 1년 전만 해도 UX 라이터인 저의 하루는 '단어와의 싸움'이었어요. 사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조사를 고치고, 브랜드 톤을 맞추기 위해 수십 개의 레퍼런스를 뒤지는 장인 정신이 곧 경쟁력이었죠. 당시 저에게 '시스템'이란 개발자가 만들어둔 틀 안에서 텍스트를 채워 넣는 공간에 불과했어요.
2. 하지만 생성형 AI의 파도가 덮친 지금, 저는 더 이상 '문구만 고민하기'에 머무를 수 없음을 직감했어요. "이 문구는 AI가 3초면 쓰는데,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라는 시장의 무언의 압박 앞에서, 저는 쓴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집어들었죠. 글을 직접 쓰는 대신, 우리 회사의 문법을 이해하는 'AI 동료'를 직접 설계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3. 그렇게 Figma 플러그인 개발을 시작하자마자 마주한 첫 번째 장벽은 코딩 난이도가 아닌, 바로 '데이터 보안'이라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문제였어요. 아무리 뛰어난 AI 툴이라도, 사용자의 입력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는 구조라면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B2B 시장에서 UX 라이팅 툴의 본질은 '글솜씨'가 아니라 '안전함'에 있었던 거죠.
4. 보통의 개발자라면 "그럼 보안이 되는 로컬 모델만 쓰자"고 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UX 라이터의 관점에서 다시 질문을 던졌어요. "스타트업은 속도가 중요하고, 대기업은 보안이 중요한데, 왜 하나의 툴에서 두 가지 경험을 다 줄 순 없을까?" 이 질문이 저를 단순한 기능 구현이 아닌 '아키텍처 설계'의 영역으로 이끌었죠.
5. 그래서 고안해 낸 해결책이 바로 '하이브리드 엔진(Hybrid Engine)' 구조예요. 사용자가 자신의 환경에 맞춰 '퍼블릭 AI(클라우드)'와 'Localhost(사내 서버)' 중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만든 거죠. 마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상황에 따라 외부 엔진과 내부 엔진을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함을 제품의 핵심 UX로 정의했어요.
6.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흥미롭게도 글쓰기와 닮아 있었어요. '데이터가 흐르는 길'을 문맥(Context)에 맞게 정리해 주는 것이었으니까요. 보안이 필요 없는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API Key로 즉시 기능을 쓰고, 보안이 생명인 기업 사용자는 인터넷을 끊고도 내부망(Ollama 등)을 통해 안전하게 AI를 굴리는 구조를 만드는 거였죠.
7.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건, 이제 UX 라이터의 영역이 화면 위 텍스트를 넘어 '제품의 논리적 구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보안'을 기술적 제약이 아니라 '사용자가 겪을 경험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비로소 이 제품은 단순한 툴이 아니라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이 된다고 파악했거든요.
8. 저는 지금도 코딩을 완벽하게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어떤 구조가 사용자에게 필요한가'를 정의하고, AI와 협업해 그것을 '작동하는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어쩌면 미래의 UX 라이팅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AI가 뛰어놀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동장을 설계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9. 물론, 제가 'A to Z'로 전체를 설계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A to Z'라는 도로로 안전하게 이끄는 것, 이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