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AI와 한국어 씨름하기

by 글쓰는개미핥기

1. "AI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UX 라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브랜드 규칙'이나 '표준 가이드'를 일관성 있게 지키는 데는 늘 한계가 있었거든요. 특히 대한민국 정부의 UI/UX 가이드라인(KRDS)처럼 엄격한 규칙을 AI에게 매번 숙지시키는 건, 마치 매일 신입 사원에게 두꺼운 매뉴얼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는 것과 같았어요.


2. 처음에는 무식하게 접근했어요. 프롬프트 창에 KRDS의 방대한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었죠. 그랬더니 결과물은 나아졌지만, API 호출 때마다 엄청난 양의 '토큰(Token)' 비용이 발생했고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어요.


"정확성을 높이려니 비용이 터지고, 비용을 줄이려니 퀄리티가 떨어진다."


이것이 제가 마주한 두 번째 장벽이었어요.


3.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가르치는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AI에게 매번 책을 읽게 하는 대신, 핵심만 적힌 '요약본'을 학습시키기로 한 거죠. 바로 KRDS의 핵심 규칙들을 정제하여 플러그인 내부 코드에 '데이터(JSON)' 형태로 아예 심어버리는(Embedding) 방식이었어요.


4. 예를 들어 사용자가 '버튼' 문구를 요청하면, AI는 즉시 외부 서버로 달려가는 대신 내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버튼 작성 규칙]이라는 쪽지'를 먼저 꺼내봐요. 그리고 이 쪽지와 사용자의 입력을 합쳐서 "이 규칙대로만 다듬어 줘"라고 아주 짧고 명확하게 명령을 내리죠.


5. 이 '규칙 우선(Rule-First)' 구조가 가져온 변화는 극적이었어요. 첫째, 프롬프트 길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토큰 비용을 9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어요. 둘째, AI가 학습 데이터에 의존해 엉뚱한 말을 하는 '환각(Hallucination)'이 줄어들고, 언제나 KRDS 표준을 준수하는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죠.


6. 더 놀라운 건 '속도'와 '보안'의 시너지였어요. 핵심 규칙이 이미 내 컴퓨터(플러그인) 안에 있으니,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로컬 모델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검수가 가능해진 거예요. AI의 지능(Intelligence)과 내장된 지식(Knowledge)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이 설계가, 툴의 안정성을 뿌리부터 바꿔놓았죠.


7. 결국 UX 라이터의 역할은 핸들을 잡는 '운전자'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는 '내비게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리는 건 AI에게 맡기고, 저는 AI가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정확한 경로'를 시스템으로 잡아주는 역할인 거죠.


8. 결국 최고의 UX 라이팅 툴은 가장 똑똑한 AI를 쓰는 게 아니라, '가장 잘 정리된 규칙'을 가진 툴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문장은 AI가 쓰지만, 그 문장이 따라야 할 '법'을 만드는 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UX 라이터의 몫일 테니까요. 저는 지금 그 법을 코드로 번역하여 시스템에 새겨넣고 있는 중이에요.


9.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해요. 과연 우리 서비스에 맞춘 가이드라인과 KRDS에 맞춘 가이드라인이 충돌하지 않고 잘 작동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가 내재돼 있는 거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수정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10. 다만, 지금은 MVP 버전이기에, 너무 많은 힘을 쏟지 않으려고 해요. 우선 만들어서 테스트해 보고, 잘 작동한다면 그 다음에 정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즉, '리팩토링'은 나중이고, 우선은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거진의 이전글UX 라이터가 '보안 아키텍처'를 고민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