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클릭을 대신하는 시대, UX 라이팅의 향방은?

AI 시대, UX 라이터의 생존 방식

by 글쓰는개미핥기

1. 최근 롱블랙에서 흥미로운 아티클을 읽었어요. 레버맨님이 쓴 'UX의 종말'이라는 글이었는데요. 핵심은 이거예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까지 완료하는 시대가 오면서, 사용자가 화면을 직접 탐험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거죠. 그 글을 읽으며 UX 라이터로서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AI가 화면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가 설계한 텍스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기존의 UX 라이팅은 명확한 독자가 있었어요. 화면 앞에 앉아 버튼을 누르고, 에러 메시지를 읽고, 온보딩 문구를 따라가는 '사람'이었죠. 우리는 그 사람의 인지 흐름에 맞게 리듬을 설계하고, 3음보의 호흡으로 텍스트를 다듬고, 하이픈 하나로 뇌의 부하를 줄였어요.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이 모든 걸 건너뜁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 데이터를 읽어요. 우리가 공들여 쓴 마이크로카피도, 정성껏 다듬은 온보딩 문구도, AI의 눈엔 그저 파싱해야 할 텍스트 노드일 뿐이에요.


3. 그렇다고 UX 라이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독자가 두 명으로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사람은 여전히 화면을 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독자이고,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읽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독자예요. 이 두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텍스트를 설계하는 것. 이것이 지금 UX 라이터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예요.


4. 흥미로웠던 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사례였어요. 그들은 2026년 초, 상품 페이지를 모두 지우고 AI 검색창 하나만 남겼어요. 그 AI에게 브랜드의 언어와 철학까지 심었고요.


"햇살 머금은 여행, 부드러운 리넨에 몸을 맡기세요."


AI가 사람 대신 쇼핑을 하는 시대에도, 그 AI에게 브랜드의 목소리를 학습시키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에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설계하는 건, 다름 아닌 UX 라이터의 일이에요. 이것을 아티클에서는 'AI 환대'라고 표현했는데, AI를 효율의 도구가 아닌 환대의 확장으로 본 관점이 인상 깊었어요.


5. 아티클에서 레버맨님은 이제 브랜드의 경쟁력은 'AI가 얼마나 잘 읽고 추천하는가'로 넘어갔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 핵심에 두 가지를 꼽았어요. 리뷰의 맥락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상품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것. 이건 제가 이전에 이야기했던 Text Engineering과 정확히 맞닿아 있어요. 텍스트를 모듈화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설계하고, AI가 일관된 맥락을 읽을 수 있도록 하네스(Harness)를 구축하는 일.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하고 있었던 거죠.


6. 저는 이전 글에서 UX 라이팅의 진화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Crafting에서 Engineering으로. 텍스트 작성자에서 시스템 설계자로.'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아, 여기에 한 줄을 더 추가하고 싶어요.


"시스템 설계자에서, AI의 언어를 훈련시키는 'Voice Architect'로."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언어로 기억하고, 어떤 맥락으로 추천하는지를 설계하는 일. 화면 앞의 독자를 넘어, AI라는 새로운 독자를 위한 텍스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UX 라이팅의 전장은 화면 앞에서 데이터 뒤로 옮겨갔지만, 사람의 언어로 경험을 설계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요.


7. 변하지 않은 본질 속에서 AI와 어떻게 공존하느냐에 대한 문제, 많은 UX 라이터분들이 마주한 고민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많은 고민을 지니고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연락을 주세요. 하나의 주제와 문제 의식이 생성된다면, 수많은 UX 라이터분들이 함께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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