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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Feb 25. 2021

Moo'tice

#48, 틀에 박힌 관념

겨우겨우 주차장을 찾아내어, 차를 대고 부랴부랴 식당으로 뛰어갔다. 선배가 늦어질 거라 연락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으로 지도를 펼쳐 찾아가는 와중에, 저 앞에 중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그곳을 향해 직진했다. 내가 바라보던 그 지점에 도착하여 간판을 보는 순간 흠칫했다. 내가 선배에게 전달받은 곳이랑 이름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중식당처럼 보이는 곳은 눈앞에 웅장하게 있는 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또 한 번 의문에 마주했다. 중식당이라 생각했던 곳은 중식당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식당도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물음표만이 떠다녔다. 


'뭐지?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기는 어디지? 뭐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여기가 아니면 도대체 어디라는 거지? 근데 왜 또 여기는 중식당이 아니지? 그럼 이곳의 정체는 뭐지? 심지어 식당이 아니야? 그럼 뭐야?'


그 혼란에 빠진 와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선배한테 전화가 온 것이다.


"어디야? 도착했어? 나는 이제 끝나서 지금 걸어가는 중이야. 한 10분 정도 걸릴 거야."

다행히 늦는다는 선배의 연락이었다.


"아 저 지금 거의 다 왔어요. 지금 찾아가는 중이에요. 누나, 천천히 오세요. 먼저 들어가서 메뉴 좀 구경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핸드폰의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펼쳐 확인하니, 나는 '관념'에 사로잡혀 약속 장소를 지나쳤다. 그것도 아주 멀리, 무려 100m 넘는 거리를 앞만 보고 걸어왔다. 그리고 중식당이라 생각한 곳은 특이하게도 '서점'이었다. 나는 그곳이 중식당이라 여겼는데, 독특한 인테리어 콘셉트로 배치된 그런 곳이었다.


서점이라고 인식한 후에 '그곳을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선배도 10분 후에 온다는데 잠깐 들어가 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문을 열고자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그 문은 나의 힘을 저항하듯이 꼼짝하지 않았다. 마치 내게 지기 싫다는 듯이, 나보고 약속 장소나 가라는 듯이 말이다. 문의 저항에도 나는 끝내 그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 공간에 들어선 순간,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중식당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 속에서 고아함을 뽐내는 앤티크 한 책장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책장과 고아함과 어울리지 않는 예술적인 표지를 품고 있는 현대적 책들이 나에게 한 번 만져보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쉽사리 그 손짓을 거부하지 못했다. 넋을 놓고 책장 앞에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의 의식을 깨우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찾는 책 있으신가요?"






ps. 그곳은 현실에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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