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김밥
서울에서 먼 가게일수록 ‘음, 이런 것도 김밥 속이 될 수 있다니.’ 싶은 재료들을 마주한다. 서울에서 멀다는 것은 유통단계를 켜켜이 쌓은 공급망에서 멀다는 뜻도 되고, 자릿세의 부담으로부터 멀다는 뜻도 된다. 사장님은 가격의 압박이나 본사의 지침과 상관없이 가까이 나는 재료에서 영감을 얻어 살아온 솜씨로 맛을 내 고심한 가격에 팔아볼 수 있겠다. 서울에서 제일 먼데다 바다가 한 번 더 가른, 제주에서 만난 김밥 속은 이렇다.
직접 만든 단무지(또는 곁들여 주는 무생채와 무짠지)
무말랭이
시래기
북어 보푸라기
파 송송 계란말이
유부
적채
파프리카
마늘쫑
생양파
튀긴 우엉
고사리
표고버섯
다시마
톳
한치무침
(없는)꽁치김밥
갓김치
볶은김치
다채롭고 자유분방하다. 김밥의 연원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후토마키가 전해졌다는 설, 정월대보름에 김으로 밥을 싸 먹는 ‘복쌈’과 조선시대에도 기록된 ‘김쌈’이 유래라는 설, 바닷가에서 뱃사람들의 도시락으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어느 쪽이든 쌀농사 없던 제주도는 메밀가루나 보리로는 김밥이 말아지지 않았을테니 그로부터 멀었지 싶다. 그러나 육지 김밥집이 프랜차이즈 시절을 거치며 본사의 지침 따라 재료는 획일화되고 업무는 분절되느라 집집이 맛이 비슷해지는 사이, 섬 제주에서는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풍성한 작물을 더해 낯선 김밥을 만들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