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구름도 내 것이 아니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그냥 그 향기로도 충분해
손에 잡히지 않고
모양도 알 수 없는 그 몸짓에
더는 마음 흔들리고 싶지 않아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
내 마음은 너무 여려서
스치기만 해도 아려오거든
그러니, 바람이여
그저 조용히 지나가 주길
이젠 지쳤어
큰 나무 그늘이 아니어도
그냥 잠시 앉아 쉬고 싶어
산새는 지저귀고
매미는 여름을 흔들며 울지만
나는 그 울음에 조용히 숨 쉬며
그냥 살아가고 싶을 뿐이야
하늘에 떠가는 구름은
내 것이 아니요
향기로운 바람은
더더욱 그러하니
나는 그늘 하나 없는 자리에서도
계절의 울음을 삼키며
조용히, 묵묵히 살고 싶어
한 세상을 돌아
다시 내 곁을 스쳐지나가더라도
그 바람결에 실린 속삭임
너인 줄 알아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바람이여
스쳐 지나가면서
살아 있는 모든 곳에
향기하나 남겨주렴
나는 나이고 싶고
너는 너이기에
구름 위에 바람을 실어
조용히 띄워 보낸다
언젠가 사라질
바람과 구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