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던 날

by 서원



햇살이 눈부시던 날

나는 그와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

야외로 달려

고즈넉한 카페로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글라스 집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던 날

나는 그와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글라스 집이

비어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던 날

나는 그와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

푸른 바다를 향해

도로를 달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선글라스 집은

역시

비어 있었다


내 선글라스들은

그를 만나면

자취를 감춘다


혼자 있을 때는

얌전히

내 가방 속에 잘 살면서


그와 함께 있는 날만

사라져 간다


세 개째

덩그러니 놓인

선글라스 집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그를 만나면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가림을 거부하는 쪽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사라진

선글라스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스스로 떠난 것이다


지금 쯤 내 선글라스들은

어딘가에 모여

조용히 잠자고 있겠지


그래서인지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됐다


그가

있는 그대로인

나를 바라봐 준 것처럼

나도

있는 그대로인

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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