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냥 그렇게

걸어갔다

by 서원



바람결에 '스르르' '쏴라라'

파도소리가 밀려온다

이불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꿈결 속에 머물던 나를 조용히 이끈다


나는 가만히 일어나

바다를 향해 문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흘러 왔을지 모를

뿌연 안개가 바람과 함께

문을 밀치며 들어와

방 안 가득 희미하게 내려앉았다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안개 자욱한 속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길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조차 없었지만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그저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모래 위에는 우리의 발자국이 새겨지고

갈매기 떼가 날아들다 남긴

눌린 자국들 사이로

엄마를 따라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기가 들린다


보이지 않아도

어딘지 알 수 없어도

엄마라는 따뜻한 품속에서

아이들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나아간다


나 또한 맞잡은 손에 힘을 실어보며

어디쯤인지 모를 이 자리에서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대와 함께라면

그저 이렇게 믿으며 걸어가게 된다


안개 너머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희미한 바다와 젖은 바람뿐인

끝없는 백사장 길일지라도

당신의 손이 나와 함께 맞잡고 있는 한


그저 그냥 그렇게 걸어간다

엄마 품 속 같은

언제나 따스한 그대의 손을 맞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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