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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Jan 16. 2022

브랜딩은 하지 않을래

2022년 1월 15일(토)


지난 1월 9일, '다다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가 300명을 넘겼다. 꽤 오랫동안 약 280명에서 정체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서사가 쌓였다고 판단되어서 연초에 만든 콘텐츠 두 개를 연달아 홍보에 태웠다. 42화는 섬세한 금액인 2만원을 집행하여 4,319명에게 노출되었고 16명이 팔로우를 해주셨다. 43화는 더 섬세한 금액인 1만 6천원을 집행하여 3,618명에게 노출되고 22명이 팔로우를 해주셨다(아직 날기는 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이 아기새 같은 콘텐츠에 소중한 시간을 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쉽게 휘발되지 않는 어떤 감정이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왼쪽이 42화, 오른쪽이 43화 인사이트

42화는 164명이, 43화는 73명이 홍보를 통해 '다다다'를 만나셨는데 팔로우로 이어진 것은 오히려 43화가 더 많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나는 여기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는데 43화류의 이야기가 인스타그래머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43화는 '방구'에 대한 이야기였다(쉽게 휘발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언어순화 대작전

'다다다' 1화를 올린 것이 2021년 1월 17일. 1년의 기간과 300명의 팔로우.

이 성과가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줄만한 것인지 아니면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여기에 써두고 싶은 건 감상적 소회보다는 1년 전과 달라진 나의 생각이다.

콘텐츠를 시작할때만 해도 나는 무엇보다 브랜딩에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탐독하거나 유명한 마케터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으며 공부를 했었다. 알면 알수록 브랜딩은 매력적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구입한 제품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브랜딩은 마케팅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브랜딩을 거쳐 전달되는 메시지가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도 될만큼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just do it"을 모토로 삼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거나 그런 메시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애플을 쓰는 사람은 "혁신"의 가치를 높게 여기고 변화를 즐기거나 추구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된다(물론 그냥 예뻐서 혹은 실용적이어서 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입을 했다는 것은 최소한 제품에 담긴 메시지를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꽤 중요한 문제인데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실용성, 미적 기준만 따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내세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산 옷의 브랜드가 알고보니 동물복지에는 관심 없이 마구 동물의 털을 착취하고 CEO는 외모지상주의적인 발언을 마구 해대는 곳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런 것 역시 상관없이 사고 싶으면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셈이 된다).


사는 것이 제품이 아니라 가치가 될 때 소비의 영역과 자기계발의 영역이 묘하게 겹쳐진다. 여기에서 브랜딩의 마법이 펼쳐지고 소비자는 팬덤이 된다. 그리고 내가 브랜딩을 다시 생각하게 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재화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은 차별화를 꾀하고 대중이 좋아할만한 가치를 제품에 그럴듯하게 투영시킨다(아니면 투영했다고 선전한다). 문제는 제품에 가치를 심었다는 이유로 기업이 너무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소비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제품 이외의 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고 있다(지불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그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mbti, 혈액형, 별자리, 십이간지가 크게 적힌 티셔츠만 입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다).


나이키를 입었다고 해서 모두 실행력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니며 애플을 쓴다고 해서 혁신적인 생각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를 담은 제품을 샀다고해서 그 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 브랜딩은 한편으로 곧잘 조롱거리가 된다. 맥북을 스타벅스 입장권에 비유하는 밈이 대표적일 것이다). 가치 실현은 누가 심어준다고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때 겨우 가능한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브랜딩은 미신을 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캐릭터 카드를 쓴다고 나이스 중년이 되는 건 아니더라

브랜딩에 대해 내가 다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브랜딩은 내 콘텐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아니라 '브랜딩은 가장 효율적이고 뛰어난 마케팅 방식'이라고 나름 재정의를 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목표는 수익 실현에 있다. 대부분의 브랜딩은 마케팅의 일환이며 사회나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익은 브랜딩의 주체가 가져 간다.


'다다다'를 통해 나 역시 얻고자 하는 것이 많다. 그래도 가장 우선인 것은 역시 '감동, 감정,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는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원한다. 'Be the Ironist!' 라는 표어가 담긴 티셔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매력적인 아이러니스트가 되자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내가 방아쇠가 되어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은 정말 아찔한 일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여러분, 다리미질을 열심히 합시다!


그래서 '다다다'의 브랜딩에 대한 고민은 접고 콘텐츠를 쌓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콘텐츠의 메시지를 발굴해서 뾰족하게 내세우기보다는 축적된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내 작업에 더 맞는 방식인 것 같다(전자의 방식이 필요한 영역이 있고 이를 굉장히 멋지게 해내는 기업가, 마케터들도 계신다. 그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분들께 노출하기 위해 올해는 '인스타그램 홍보하기'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지출이 발생하는 비효율적이고 게으른 프로모션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 타게팅을 할 수도 있고 결과를 분석할 수도 있어서 콘텐츠를 운영하는데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쓰고나니 오로지 콘텐츠만 보고 소중한 시간을 써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을 써줄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팔로우 해주신 300명의 팔로워의 존재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


신입생으로서 전국 대학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마이클 조던은 2학년 전국리그에서는 팀의 부진으로 생각보다 빨리 시즌을 접게 된다. 하지만 그 시즌 동안 조던은 수비 능력을 극대화해서 '전국에서 수비가 가장 뛰어난 가드'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는다. 1년 전만해도 코치진은 조던을 수비에 무관심한 신입생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후에 조던은 이렇게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제 능력을 하나씩 찾아가는 게 매력이었죠. 그때는 제가 뭘 잘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고 저 역시도 제 능력이 어떤지 잘 몰랐어요. 그런 점이 참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JORDAN』, 롤랜드 레이즌비 지음)


자신의 능력을 발굴해내며 결국 농구 황제에 까지 오른 마이클 조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이키도 없었다. 나이키 성공의 시작은 1988년에 만들어진 슬로건 'just do it'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84년에 NBA루키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에서 시작된 것이다.


- 읽고 있는 것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카를로 로벨리), JORDAN(롤랜드 레이즌비),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안자이 미즈마루)

- 마시고 있는 것 : 광화문 커피의 스페셜티

- 듣고 있는 것 : 9와 숫자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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