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딸이 태어났다.

by 근영

한창 코로나가 극성일 때 우리 딸이 태어났다.


회사를 다니며 6개월 정도 난임병원의 도움을 받았었다.

난임병원을 다니는 동안 회사에서 감사하게도 배려를 해줘서 비교적 빠르게 아이를 가졌던 것 같다.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2월에 우리 딸을 만났다.


너무나도 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었던 우리 아이.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너였구나.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지금껏 살아왔구나.

고마워, 사랑해, 보고 싶었어.

잘 부탁해.


아이는 신생아실로 가고, 나는 회복실에서 미역국을 먹고 아이를 기다리며 편지를 썼다.

아이가 읽어주길 바라는 편지는 아니었고, 뭐랄까... 이런 기분과 감정은 처음이라서 남겨둬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아이가 읽게 되면 너무 부끄러울 만큼 감성이 가득한 글이다.

호르몬 탓으로 돌리고 싶다.


회복실에서 다시 만난 우리 딸은 너무나도 작았지만 세상을 가득 채운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식들을 '내 삶의 전부'라고 하는가 보다.


손가락, 발가락, 항문, 콧구멍 등등

구석구석 살폈다.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코자 했던 건 아니었고,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었다.


정말 낯설고, 귀엽고, 무섭고, 사랑스럽고, 모든 형용사를 끌어모아도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또 소위말하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서 슬프고,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매일 울었다.

울고 나서도 왜 이렇게 우는지 그게 또 짜증이 나서 울고 이러다가는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겠다 싶었다.

사람이랑 대화를 좀 해야 해소가 되겠다 싶었는데 하필 그때는 코로나 팬데믹이어서 남편은 회사 다니느라 조리원에 들어오지 못했다.

조리원동기는커녕 지나가는 사람이랑 인사 한번 했다가는 직원이 쫓아와서 방으로 욱여넣다시피 했다. 죄수가 된 것 같았다.


2주간 조리원생활을 끝내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 세상에. 이제 현실이구나!

설레는 마음과 함께 결연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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