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SNS

by 근영

나는 어릴 때부터 SNS를 좋아했다.

SNS가 나오기 전에는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만들어서 꾸미고 글이나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고, 아바타를 꾸며 친구들과 채팅을 하기도 했고, 그 후에는 '미니홈피'가 등장했다.


한창 사춘기 시절에 쓴 글이나 사진들을 지금 보면 쥐구멍이 아니라 이 글을 봤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다 없애고 싶다. 그때는 왜 새벽 2시 감성으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글 또한 나의 일부분이겠지 하면서도 좀 더 담백하게 글을 써볼걸 하는 후회를 한다.

그렇다면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또 그 글을 잘 보관해서 나중에 엮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글의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종이에 쓰는 글보다는 온라인 데이터로 남는 글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찾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것 같다. 휘발되기 쉽다고 할까.

쓰는 게 쉬웠던 만큼 지우는 것도 쉽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는 글은 남의 눈치를 보게 한다.


내 글로 누군가 상처나 피해를 받으면 어쩌지?

내 글이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나의 감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준다면?


하면서 글을 쓰다가도 지우기 수백 번이고 다 쓰고 나서 게시까지 했지만 그 후에 지우기 수십 번이다.


지금은 아이 투병과 관련해서 인**그램을 하고 있다.

원래 나는 비공개 개인 계정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아이 병과 관련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의 SNS로 도움을 받았듯이 나 또한 아이와 같은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공개 계정으로 만들었다.


아이의 내용으로 글을 쓸 때마다 남들에게 사연팔이로 비칠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기록으로 다른 보호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때는 만들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는 주로 SNS에 글을 쓰지만 예전처럼 휘발되는 글을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나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흘려보내지 않고 차곡차고 모아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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