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우리 애기

by 일조

나는 죽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내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되고

내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은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너무너무 무섭다.

나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지가 무섭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하나의 믿음 때문이다.

야몽이가 마중 나와 있어 줄 거라는 거.

언젠가 나도 가게 될 길을

야몽이가 먼저 갔고

먼저 가 있는 우리 애기가

나를 맞아줄 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생겨서

지금은 전처럼 그렇게 죽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아내는 내가 매주 깊은 슬픔에 빠져들까 봐

많이 힘들어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나는 오히려 이 글을 쓰면서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죄책감이

터져 나와 보내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말도 맞고 내 생각도 맞았다.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많이 울었고 많이 후회하고 많이 자책했다.

그리고 매주 조금씩 나는

야몽이가 떠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야몽이와 같이 있지 않지만

같이 살고 있는 새로운 형태로

접어든 느낌이었다.

야몽이는 고양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날아갔지만

내 추억 속에서 여전히

몽실몽실 통통한 모습의 우리 애기로

같이 살고 있다.

내가 운이 나빠 치매에 걸려

야몽이를 잊어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같이 살 수 있겠지.

여전히 길을 가다가

까맣고 하얀 길냥이를 만나면

눈이 촉촉해지지만

우리 야몽이가 생각나서

입은 조금씩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야몽이에게

글인사를 남기고 싶다.


“잘 자 우리 애기,

나중에 일어나면

엄마 아빠한테 뛰어와 줘.“


***

지금까지 <우리 애긴 고양이라서>를 읽어봐 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사랑하는 반려묘와

하루라도 더 오래 건강하게 이생에서의 만남을

소중히 즐기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야몽이라는 예쁘고 멋진 고양이가

이 세상에 살다 갔다는 것을 잠시라도

기억해 주셨으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애기의 첫 번째 애착인형은 아내의 애착인형인 '머피'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머피를 끌어안고 뜬금없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간혹 머피 팔을 베고 누워 있기도 하였다. 지금도 머피는 우리 부부 머리맡에서 같이 누워 있다>



<애기가 떠나고 나니 모든 모습이 보고 싶다. 그중에서도 보고 싶은 모습이 눈을 뜨고 있는 야몽이와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다. 아내는 야몽이 눈동자 색을 참 예뻐라 했다. 얼굴 중에서 가장 예쁜 부분을 짚으라면 언제나 눈동자를 고르곤 했다>



<어쩐지 쫄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야몽이어서 우리 부부가 몹시 애정하는 사진이다. 야몽이 얼굴로 타투를 하면 나는 이 사진을 가져다가 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진이다. 새 집으로 이사 와서 호기심과 무서움이 절반씩 섞여 있을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꼬리도 절반만 올라가 있다. 으이그 귀여워...>



<야몽이와 술래잡기 놀이를 자주 하던 등나무소파다. 등나무소파 바닥이 뚫려 있었고 그 밑으로 낚시놀이 하는 것을 우리는 좋아했다>



<사진을 고르다 보니 나를 보고 있는 야몽이 사진을 많이 고르게 되었다. 우리 애기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사진이다. 왜냐하면 야몽이가 나이 든 느낌이 사진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뭔가 세월의 풍파를 겪어낸 중년의 얼굴 느낌이랄까... 내 눈에 야몽이는 아무리 늙어도 애기 같아 보였는데 이 사진은 뭔가 어른 같아 보인다. 그래서 희귀하고 소중하다. 기분 탓인지 어쩐지 포즈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살짝 엉덩이를 비튼 것이>



<우리 애기와 나의 마지막 밤. 야몽이는 내가 눈 마사지를 해주면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좋아했었다. 나는 떠나기 전에 우리 애기가 내 손길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계속 눈 마사지를 해 주었다. 애기도 나도 눈을 뜨지 못했다>



<잘 자 우리 애기.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줘서 고맙고 덕분에 매일 매일 행복했어. 나중에 일어나면 엄마 아빠한테 또 뛰어와 줘. 좋아하는 북어랑 맛있는 츄르랑 많이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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