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는 2023년 9월 3일 04시 50분에
무지개다리를 힘차게 달려갔다.
나는 요즘에도 매일 그 시간과 그날이 생각난다.
우리 애기의 가뿐 숨이 들리고
침대에 배인 냄새가 느껴진다.
오늘은 우리 야몽이가 떠날 채비를 하면서
보여줬던 신호들에 대해 남기고 싶다.
9월 2일 오후 5시경에 애기를 병원에서 데리고 왔다.
병원에서 혈압 강압제를 떼고 나서부터
우리 애기는 눈에 초점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흐려지는 듯하다가
아예 사라진 것 같이 보이다가
다시 돌아온 듯 보이다가
다시 사라진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차에 태워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쌔근쌔근하며 숨을 가빠했었다.
이사 오고 나서 들었던 개구호흡보다 훨씬 더
위태로워 보이는 호흡을 이어갔다.
그리고 30분에서 40분 간격으로
끄으으으응~~~ 하는 힘겨운 소리를 내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힘겨운 숨을 이어가는 시간이
자정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채 소변을 보았다.
소변에 젖어 축축한 이불이 싫었는지
야몽이는 끄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거렸고
우리 부부는 뽀송한 쪽으로 애기를 옮겨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애기가 또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 눈치가 보여
안아다 화장실에 앉혀 주었고
소변을 시원하게 본 야몽이는
혼자 힘으로 모래를 긁어서 덮었고
휘청휘청 거리며 다시 침대를 뛰어 올라왔다.
우리 부부는 "어우 우리 이쁜 고양이 왕자님
역시 깔끔하세요. 씩씩하게 다녀오셨어요." 하며
야몽이를 치켜세워 주었다.
마지막 소변을 본 후
야몽이는 엉덩이 부분부터 차가워졌다.
뒷발 젤리가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겁이 났다.
우리 애기의 차가워지는 몸이 무서웠다.
그런데 몸이 다시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를 반복했다.
쌔근쌔근하며 가빠하던 숨이 잦아들었다.
더 이상 숨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아졌다.
그러면서 젤리 색은 계속 변하고 딱딱해졌다.
아내는 우리 애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며
콧줄로 진통제를 넣어 주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진통제를 넣어주고 난 이후부터
야몽이의 숨소리 간격이 더 길어졌다.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끄으으응~ 하던 힘겨운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야몽이랑 아내랑 같이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공기 중에 야몽이가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우리 애기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있다가
"오빠, 우리 애기가 움찔움찔 해..."
하는 아내의 조용한 부름에 나는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직감도 아니고, 뭐도 아니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지금이 우리의 이별의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야몽이 귀에 속삭였다.
우리랑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야몽이랑 살아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아프지 말고 있다가 다시 만나자고
나중에 엄마 아빠 데리러 나와 달라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계속 계속 전했다.
그리고 우리 애기는 커다란 기침을 한번 하고
우리 부부 몸에 발도장을 앞발 뒷발 힘차게
꾸욱꾸욱 찍어가며
무지개다리를 달려갔다.
헤어짐은
이런 임종의 신호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찾아왔다.
나는 소망한다.
모든 집사 분들이 사랑하는 아가와의 마지막 시간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아가가 보내는 임종의 신호를 알아채고
떠나기 전에 해 주고 싶은 말들을 꼭
다 해 줄 수 있기를.
<야몽이는 아깽이였을 때 아내를 몹시 좋아했다. 같이 놀고 밥 받아먹고 그랬다. 아내는 새벽에 퇴근하고도 야몽이에게 오뎅꼬치를 흔들어 주었고 새벽에 일어났을 때 야몽이를 잘 못 알아볼까 봐 안경을 쓴 채로 잤었다. 이건 야몽이에게 그렇게 아내를 빼앗겼던 시절의 사진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아내 품을 독차지 하고 있는 야몽이가 나를 "훠이~ 훠이~ 저리 가~ 이 품은 내 거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 자란 야몽이는 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야몽이가 싫어하는 짓 1) 발톱깎이 2)약 바르기를 다 아내가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부지리로 야몽이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야몽이는 날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엎어져 있으면 내 옆에 와서 엎어져 있고 내가 소파에 다리 뻗고 앉아 있으면 내 옆에 와서 비슷하게 앉아 있곤 했다. 야몽이하고 같이 시간을 보냈던 소파는 야몽이가 떠나도 버리질 못했다. 다 뜯기고 낡았지만 지금도 우리 부부와 같이 살고 있다.>
<아내가 만들었던 초청장이다. 회사 동료들을 초대해서 꽃새우 파티를 열었던 날이었다. 초청장이 무색하게 야몽이는 회사 동료들이 온 시간부터 침대 밑에 숨어 다음 날 아침까지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다. 그날 이후로 회사에 야몽이 합성썰이 돌았다.>
<내가 소장하는 야몽이 사진 중 희귀 사진 중 한 장이다. 묘생 처음으로 불멍을 쬐고 있는 모습. 벽난로 안에서 일렁이는 불꽃이 무서웠는지 가까이 다가가기는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 해 다음부터 벽난로를 떼지 않아서 이 사진은 처음이자 마지막 한 장이 되었다.>
<야몽이와 제일 오래 보고 나름 인사도 하고 지냈던 친구. 우리 부부가 빤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던 길냥이다. 성격도 무던 무던하고 친화력도 좋은 녀석이었다. 창문을 보고 있다 빤스가 오면 우리 부부를 찾아와 애옹애옹 울면서 왔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럼 우리는 가서 빤스에게 닭가슴살을 던져 주었고 보통 하루에 2덩이 정도를 받아먹고 빤쓰는 그루밍을 하고 세상 태평하게 누워 자곤 했다. 어느 날부턴가 찾아오지 않는 빤스를 야몽이는 오랜 시간 기다려하는 듯 보였고 우리는 빤쓰가 고양이별에서 야몽이를 반갑게 맞아줬을 거라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실컷 논 야몽이가 놀다 지쳐 잠든 날의 사진. 어쩐지 뿌듯하고 집사로서 할 일 제대로 한 것 같은 뿌듯함이 뿜뿜 했던 날이다. 들숨 날숨에 볼록 볼록 하던 배가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