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풀을 찾을 때

by 일조

우리 야몽이는 식물이를 좋아했다.

새로 식물을 들이면 꼭 냄새를 맡고

종종 다가가 얼굴을 비추어 주었다.

그 모양새가 꼭 식물하고 친해지려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안면이 좀 트였다 싶으면

그때부터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식물을

아삭아삭 씹어댔다.

매번 토하면서도 자주 씹는 식물이 있었다.

나는 늘 의아했다.

왜 씹고 나면 계속 토하는데 계속 씹는 걸까?

나는 정보를 찾아보았고

“야생의 고양이가 속이 안 좋을 때

일부러 게워내려고 풀을 찾아 씹는 경우가 있다.“

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야생 동물은 속이 아플 때

약이 되는 풀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그 풀을 씹어먹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야몽이가 식물을 찾을 때는

속이 불편할 때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주간에는 특별히 맛동산과

감자를 잘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2023년 여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야몽이가 생전 안 찾던 식물을 찾았다.

앞 베란다 사이드창을 보면

옆 집에서 자라난 이름 모를 풀이 있었다.

우리 야몽이는

베란다 틈 사이를 킁킁거리면서

반닫이 창문 사이로 손을 내밀어

그 풀을 뜯어먹으려 갖은 애를 썼다.

나는 그 풀이 어떤 풀인지 정체를 모르고

위험할지 모르니 그때마다

야몽이를 창문에서 떼어냈다.

그때 나는 생각을 못 했다.

야몽이가 속이 너무 안 좋은데

뭘 먹어도 낫질 않으니

저 풀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그렇게 이름 모를 풀을 뜯어먹으려 했던 것을.

애기가 떠나고 난 후 이런저런 상황과

순간들을 이어 붙여 보면서

불현듯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아, 그것이 그것이었구나.

우리 집 애기가 생전 풀을 뜯어먹질 않았는데

풀을 탐낸다거나

낯선 풀 향기를 과하게 탐한다거나

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면

속이 많이 불편한 건 아닌지

병원에 가서 한번 검사를 받아보게 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야몽이가

장이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도 충분한 케어를 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

다른 집사 님들은

나처럼 뒤늦은 괴로움에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식물이가 들어오면 궁금한 것이 많았던 우리 애기. 사람한테는 그렇게 벽을 치더니 식물이한테는 다정하게 굴었다. 풀향기 맡는 것도 좋아했었다. 기분 탓인지 식물들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걸...>



<우리 애기의 마지막 여름. 바람도 좋고 시원한 7월의 낮인데 어쩐지 옆모습이 시무룩해 보여서 "야몽아 기분이 별로야?" 라고 물어보았을 때>



<나를 쳐다보던 야몽이 얼굴이 우울해 보였다. 지금 보니까 털도 많이 상해 있다... 마지막 여름인 걸 알았더라면 조금 더 창문을 자주 열어줄 걸 그랬다. 조금 더 여름밤 냄새를 맡게 해 줄 걸 그랬다. 모기 들어온다고 금방 닫곤 했었는데...>



<야몽이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야몽이.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궁둥이를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더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올림픽 다이빙 경기를 볼 때면 우리 야몽이의 이 자세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정말 멋들어진 자세를 하고 있길래 놓칠세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애기는 정말 내 껌딱지였다. 집이 이렇게 넓은데 굳이 나 일하는 데 와서 굳이 내 노트북 가방을 깔고 앉아야겠니? 응 야몽아? 이렇게 구박을 줬더니>



<들었지만 들리지 않았습니다.라는 뉘앙스로 고개 한번 갸우뚱하며 자세를 고수하던 우리 애기. 지금도 노트북 가방을 엎어 놓으면 야몽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그 위에 앉을 것 같다. 그럴 수 없을 텐데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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