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마셨다

by 일조

지난 5월 초 연휴,

처갓댁 식구들이 놀러 올 때

다 마시지 못한 술이 있었다.

막걸리 6캔,

소주 2병,

하이볼 2캔이다.

잔류주들을 드디어 다 마셨다.

이제 집에 술이 없다.

대차게 시작했을 때

가장 내 발목을 잡고

매일 같이 유혹하던 것들이

냉장고 열 때마다 보이는

남은 술들이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을 계속 쓰는 게 맞을까?

하는 민망함이 말도 못 한다.

앞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면

매주 단상에 올라가 말로 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도망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약하디 약한 의지와

허세에 가까운 다짐과

실패의 반복을 고백한다.

나는 내 글이

스스로 증명한 기록이기를 바라고 희망한다.

실패했다는 것도

증명이고 감춰선 안 될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축소시키거나 교묘하게 왜곡하여

글을 읽는 누군가를 기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3일 금주에 성공했고

2일 남은 술을 마셨다고 고백한다.

내가 홀가분하려고 사과한다는

심정도 든다.

저녁에 할 일을 만드겠다고

자전거를 사고

화살을 사고

활터를 등록하고

깍지를 사고

그랬는데

사놓고 한 번을 못 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다시 나가기가 싫어졌다.

아니지...

자전거를 타고

치킨을 포장하러는 신나게 나가면서

활 쏘러 가는 건 안 되더라가

더 정확한 말이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나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내 모습보다

몇 날 며칠 참다가

와 ~ 잘 참았다 하면서

또 술을 마시는 내가

더 믿음직스럽다.

그래,

이게 문제다.

이게 문제야.



목요일 연재
이전 05화쓸 문장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