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둘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by 일조

가만히 듣고 앉아 있으라. 이런 태도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톡, Direct Message, 댓글, 대댓글이 생활인 사람들은 더 이상 리스너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스피커로 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과 브랜드, 서비스와 이벤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요즘 카피라이팅은 말 걸기이자 대답하기이다. 예전에는 노트북에 한글 빈 페이지를 띄워 놓고 연필을 굴러가며 고민하면서 카피를 만들어 냈었다. 지금은 AI로 고객 한 명을 생성해 앞에 띄워 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대화 하를 하면서 기록한다. 그 기록에서 카피를 건져 올린다. 예전에 카피 쓸 때는 문체와 행간에 힘을 쏟았다면 지금은 보이스와 톤에 마음을 쏟는다. 정직하고 친절하게 도움 되는 대화를 하려고 애를 쓴다. 이런 변화가 나에게는 잘 맞는다. 나는 네 명 이상 모인 자리에서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내 주장에 반박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즉각 방어태세를 올리는 성향, 즉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이기에 나는 일대일 대화가 많이 편하다. 마주 앉아서 차분히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편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마음을 터 놓고 찬찬히 이야기할 때면 굳이 나를 포장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요즘 유행하는 말을 골라 쓰지 않아도 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인 것처럼 젠체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질문을 하면 질문 그 자체를 생각하고 시간을 두고 적절한 대답을 고민하여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이렇듯 요즘의 나에게 카피라이팅은 대화의 기술이다. 그래서 시작과 끝은 마주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Attention is all I need. 나와 그 사람은 스마트폰 스크린, 노트북 디스플레이, 태블릿 화면, TV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우리는 이 스크린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하고 싶은 말을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번역해 주는 카피라이터 본연의 역할은 여전히 주효하다. 없어선 안 된다. 내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클라이언트와 고객이 서로 잘 사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둘이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소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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