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요원
카피는 정보력 싸움이다. 더 나은 카피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더 나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번 피티는 카피 싸움인 것 같다.’라고 생각되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면 이 개념을 가장 먼저 상기한다. 그럼 더 나은 정보를 누가 가지고 있지?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지? 어디에서 직접 볼 수 있지? 누구를 통하면 직접 해 볼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치면 내가 카피를 쓰기 위해 필요한 행동들이 정해지곤 한다. 예전에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뉴스 클리핑을 했었다. 뉴스 자료도 봐 두면 좋은 정보 중 하나이긴 하지만 더 나은 정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나은 정보는 직접 그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있다. 단순 전달자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힘이 약하다. 말 그대로 영혼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직접 깨닫고 체험해 보고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체득된 정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추게 된다. 지식의 차원을 넘어 지혜의 깊이를 가진다.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기간이 짧아서 어렵다면 그때는 정보 생산자를 찾아가야 한다. 진짜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말이나 글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삶으로 직접 정보를 다루고 만들어내는 진짜 전문가를 찾고 가서 만나고 듣고 보고 느껴야 한다. 전문가가 직접 쓴 책이 있다면 구해서 봐야 한다. 논문이 있다면 다운로드하여서 읽어봐야 한다. 인터뷰 자료가 있다면 질문과 대답을 하나하나 곱씹어봐야 한다. 운영하는 채널이 있다면 콘텐츠의 맥락을 봐야 한다. 나는 잘하는 카피라이터는 특급 정보요원이라고 생각한다. 고독한 연구원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