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적당한 감성이 중요해

by 일조

논리와 이성에 입각한 글쓰기. 내가 처음에 카피라이터를 선택하고 택한 길이었다. 당시 나는 일반 글과 카피의 차이를 돈을 만들어주는 글과 아닌 글로 구분하고 있었다. 돈을 만들려면 철저히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행동을 예측하고 구매로 옮길 만한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그래야만 내가 카피라이터로 밥값하고 있는 거다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카피를 쓰기 전에 왜 이 카피를 써야 하는지 논리를 세우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때로 그 논리가 먹힐 때도 있었다. 내가 세운 흐름으로 카피를 쓰는 것이 타당해 보였고 금전등록기에 돈 채워지는 소리가 땡강 땡강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렇게 나온 카피는 그다지 성과가 좋지 않았다.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정답 같이 쓴 카피는 “이상하다, 카피는 좋았는데…… “라는 평을 더 많이 들었다. 나의 카피 쓰는 방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것이 그때 즈음이다. 사원에서 대리 넘어갈 때쯤이었던 것 같다. 카피의 목적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상업적 글쓰기는 돈을 만들어주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내가 재정비한 것은 목적에 이르는 길을 달리했던 것이다. 나는 이후 사람들의 행동이 상당 부분 이성과 논리에 입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공부했고 같은 원리를 나 스스로에게서도 발견하고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확인하게 되었다.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막상 지갑을 열 때는 적당히 감성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요즘 들어 특히 더 잘 보인다. 심지어 카테고리도 생겼다. 감성템이라고 한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 저마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고 심지어 감성의 주인인 본인조차도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그런 감성 카피를 클라이언트에게 팔아야 하는 순간이다. 논리는 선택의 명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감성입니다 를 자신 있게 선택해 줄 클라이언트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고 행동은 감성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요즘, 나는 적당한 논리와 적당한 감성이 섞인 카피를 써서 팔려고 애를 쓴다. 어떤 카피든 라이브 되어야 비로소 카피가 된다. 그렇게 라이브 된 카피가 인기 쇼호스트의 찰진 세일즈 멘트처럼 매출을 쭉쭉 뽑아줄 때, 나는 내가 카피라이터로 잘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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