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일조




2023년 9월 3일 04시 50분

우리 애기 무지개다리 힘차게 달려갔다.



"오빠, 우리 애기가 움찔움찔해"

나는 잠깐 졸고 있었다.

우리 애기의 쌔액쎄액 숨 쉬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몸이 뜨겁다가 차갑다가 하지도 않고,

끄으으응~ 하며 정말 힘겨운 소리를 내는 빈도가 줄어들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다.

아내의 조용하고 다급한 부름에 야몽이를 어루만지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나중에 꼭

아빠 데리러 마중 나와달라며 속삭이며 안아 주었다.

애기는 꿈을 꾸듯 편안한 표정이었고

더 이상 많이 아파 보이지 않았다.

내 기분이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애기는 평소 마시지 받으러

복층으로 뛰어 올라갈 때처럼,

새로 온 네모북어를 뜯는 소리를 듣고 달려올 때처럼

앞발 뒷발을 힘차게 우리 몸에 꾸욱꾸욱 찍어가며

무지개다리를 달려갔다.

나는 목 놓아 울었다는 말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내 몸에서 생전 처음 듣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야몽이 입에 수건을 물려주고 반쯤 뜬 눈을 감겨주고 있었다.

또 정신을 차려 보니 애기를 태우고 장례식을 치르러 가고 있었다.

또 정신을 차려 보니 화장을 하러 들어가는 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례지도사 님이 전해 주신 야몽이 유골함은 따뜻했다.그런데 너무 작았다.

우리 애기는 림포마였다. 보름 걸린다는 조직 검사

결사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떠났다.

약해진 몸으로 두 번의 전신마취와 장 절제술까진

잘 버텨냈지만 떨어진 혈압이 끝내 올라오질 못했다.

왜 일찍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까? 뭐가 무서워서?

자책감은 말도 못 했고

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 이것이 많이 아프다는 말이었구나.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었구나.

이별의 시그널이었구나 하는 순간들을 알게 되었다.

보내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싶었다.

집사들이 사랑하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애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아기가 없다.

야몽이가 우리 애기였다.

그리고 야몽이에게는 우리 부부가

온 우주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는 존재였다.

아기 때 박스에 담긴 채 버려져서 사람을 무서워하고

우리 부부 말고 평생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던 야몽이를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세상에 야몽이라는 멋진 고양이가 살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아내는 이 책을 쓰면서

내가 많이 힘들어할까 봐 염려했지만

나는 책을 쓰면서 보내지 못한 마음이

보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