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바뀌었던 걸까

by 일조

6분 2초


우리 애기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마지막 밥을 먹은 시간이다. 우리 부부는 영상을 울면서 찍었었다. 이제 나을 줄 알았다. 밥을 6분이나 넘게 잘 먹으니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아내는 애기가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한 그릇을 싹싹 다 먹고, 입을 닦고, 창문TV에 가서 밖을 한번 내다보는 순간까지 카메라에 다 담았다. 나중에 알았다. 그게 우리 애기가 이생에서 먹는 마지막 밥이었구나. 그 한 그릇이 사자밥이었구나. 무지개다리 건너갈 힘 얻으려고 아내한테 든든하게 얻어먹은 마지막 한 그릇이었구나. 다른 집사 분들에게도 알려 드리고 싶다. 애기가 많이 아픈데 갑자기 기운이 솟아 보인다거나, 잘 못 먹던 아이가 어느 날 엄청 잘 먹는다면 그 순간부터 1분 1초를 정말 정말 소중하고 아깝게 생각해야 한다고.



왜 잘 먹던 사료를 안 먹는 걸까


처음엔 입맛이 바뀐 줄 알았다. 같은 사료를 몇 년 동안 먹어왔으니 질려하는 줄 알았다. 아니면 혹시 자동급식기에서 나오는 것이 못 마땅했던 걸까? 그릇을 바꿔주면 먹으려나? 우리 부부는 갑자기 사료를 거부하는 애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았었다. 샘플 사료를 10개 정도 얻어다가 온 집에 펼쳐 놓고 그나마 먹는 사료가 있는지 찾아보려 했다. 그래도 먹는 사료가 없었다. 다음 대책으로 팻 백화점에 가서 매대에 있는 습식사료와 캔사료를 종류별로 사다가 펼쳐 놓았다. 습식 사료에 조금 반응을 보였다. 우리 부부는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역시 아도독 까도독 먹던 식감이 질렸던 거야. 습식으로 주니까 먹네.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먹고 아팠던 사료를 다시 안 먹는 거였다


원인은 단순했다. 사람이랑 똑같다. 어떤 음식을 먹고 지독하게 토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음식을 생각만 해도 욕지기가 올라온다. 평생 잘 안 먹게 된다. 기존에 먹던 사료를 먹고 계속 토하니까 안 먹게 되고, 새로 시도해 보는 사료도 먹고 배가 아프니까 또 안 먹는 거였다. 그나마 습식으로 된 사료는 장에서 조금 흡수가 되니까 조금이라도 먹는 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반려묘가 먹던 사료를 거부한다면 사료를 바꿔주지 말고 먼저 병원부터 데려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안 먹던 음식을 먹으려 한다면 유심히 살펴보시길


병원에 가기 전 우리 애기가 생전 탐한 적이 없었던 돼지고기를 먹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웬일로 돼지고기에 관심이 보이나 하며 양념 덜 된 살코기 부분을 조금 잘라서 주었었다. 그러면서 깔깔거렸다. 안 부리던 식탐을 부리는 것처럼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 애기는 사료를 먹으면 계속 아프니까 안 먹어본 음식을 뭐라도 먹어서 살려고 했던 것이었다. 생전 올라온 적 없던 식탁에 올라와서 킁킁 대는 모습을 귀엽다며 사진 찍었었는데…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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