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가 아니라 아파서였구나

by 일조

우리 집에는 침대가 세 개 있었다.

야몽이 침대 1

야몽이 침대 2

야몽이 침대 3

평소 활동 시간에는 곁을 잘 내어주지 않던 우리 애기는

희한하게 잘 때가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 껌딱지가 되어서 우리랑 붙어 자려고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여름에 스트릿 출신에서 집냥이가 된 이후로

우리 부부는 거의 6개월 동안 야몽이를 만나지 못했다.

사람 기척이 있으면 침대 밑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릴 줄이야!

야몽이가 잘 움직이는지 밥은 먹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집에 CCTV 폰을 설치할 정도였다.

평생 이렇게 지내게 될까 봐 겁이 덜컥 난 우리 부부는 고양이 마음 열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2014년 12월 31일에서 2015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날 밤,

야몽이가 우리 곁을 몰래 지나갈 때 아내는 야몽이를 살짝 쓰다듬었고 우리 애기는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이 철퍼덕 주저앉아서 골골송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우리 애기는 침밑숨숨을 끝냈고(이후 침대 밑은 야몽이 평생의 피난처가 된다. 청소기를 돌린다거나 집에 띵동 벨소리가 울린다거나 할 때면 무조건 침밑숨숨) 우리랑 같이 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내 품만 찾았다. 나는 아내를 뺏겼고 침대 귀퉁이 쭈그리가 되어 자야 했다.

하지만 아내와 야몽이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내에게서 지 싫어하는 발톱 깎기와 약발림을 계속 당한 야몽이는 이내 아내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내 품으로 이사를 왔다. 그렇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야몽이가 떠난 2023년, 여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새벽마다 야몽이가 내 품을 파고들었다. 겨드랑이에 고개를 파묻고 쓰다듬어주면 골골송을 계속 계속 불러댔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고 하루의 행복이었다. 애기가 떠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좋아서 골골송을 부른 것이 아니라 아파서 불렀다는 것을.

고양이가 너무 아플 때도 골골송을 부른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너무 아프면 집사에게 갑자기 심한 어리광을 부리고 아기 고양이로 돌아간 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다. 밥을 안 먹기 시작했던 때와 시기도 일치했는데

왜 두 행동 사이에 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했을까.

그래서 다른 집사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애기가 갑자기 아깽이가 된 것 같다거나,

안 부리던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골골송을 부른다면

혹시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 건 아닌지 잘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우리 애기가 떠나고 난 이후에도 나는 잘 때면 침대에 누워 야몽이를 쓰다듬던 동작을 한다.

눈 주위를 문질러 주고 코를 쓰다듬어주고 마징가 귀를 만들어보고 목덜미를 조물조물하는 동작을 한다.

그러면 그때의 느낌이 난다. 다른 것은 그때는 웃고 있었고 지금은 울고 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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