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패턴

by 일조

고양이는 패턴 동물이다.

우리 애기랑 살면서 나는 그 말이 과연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러 내려왔고

창문 TV 보러 나가야 하니 베란다 문을 열라고 앙앙 대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몸을 지지면서 깨뒤집기를 하러 들어가는 시간은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내가 놓치고 있었던 패턴이 하나 있었다.

10살이 다 되어가는 노령묘가 새벽마다 내 품으로 파고들면서 애기짓을 할 즈음이었다.

야몽이가 일정한 시간에 계속 토를 했었다.

새벽 6시에서 6시 10분 사이였다.

같은 패턴으로 토를 했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졌고

꾸룩 꾸룩 애기 배가 꿀렁대는 소리가 나면 자동으로 일어났다.

고양이는 토를 자주 하니까...

우리 애기는 패턴이 있어서 이 시간이면 토를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매일 이불 빨래를 하면서도 나는 원인을 정확히 알아볼 생각을 못 했다.

규칙적인 토가 왜 그랬는지는 병원에서 개복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야몽이는 위에서 장으로 연결되는 부위에 폐색이 일어나 있었다.

장 통로가 좁아져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전날 먹었던 사료가 위에 고여 있으면서 썩어가기 시작할 때

애기는 토를 해서 게워냈던 것이고 그 시간이 새벽 6시 즈음이었던 거다.

규칙적인 구토는 소화 과정에 심각한 병목 현상이 있다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였다.

고양이는 패턴을 따르는 것이 행복한 동물이다.

하지만 그 패턴이 구토라면 고양이는 지금 불행하다.

내 경험이 다른 집사 분들이 반려묘랑 더 행복하게 사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애기도 고양이별에서 편한 얼굴로 기지개를 켤 것 같다.




<창문TV가 하루의 낙이었던 우리 애기>


<꽤나 좋아하던 베개>



<평생의 피난처가 되었던 침밑>


<엄마랑 많이 안 친해도 공갈인 줄 알면서도 인사는 꼭 해 주러 와 주었던 착한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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