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댓글입니까?
때는 2006년, 틈만 나면 갓 나온 카피라이터 명함을 꺼내 보며 헤헤거리던 시절, 나에게는 막중한 임무가 하나 있었다. 브랜드 광고를 하게 되면 홈페이지부터 관련된 기사 하나까지 샅샅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다음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A4 한 장 빼곡히 쓰고 싶은 말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를 들고 가 담배를 물고 있는 사수 앞에 공손히 서서 검사를 받는 것이다. 물론 이면지에 써야 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A4 한 장은 공간이 넉넉해서 끝에 가서는 거의 아무 말 대잔치였다. 사수는 그렇게 내가 새벽까지 야근을 하며 써 온 글뭉치들을 2분 안팎으로 훑어본다. 그리고 밑줄 한 두 줄 정도 쳐서 "이건 그나마 쓸 만하다"며 틱 건네주는 것이다. 그렇게 5년을 하는 동안 내가 써 간 종이에는 밑줄이 조금씩 더 처졌고 나의 부사수에게 똑 같이 A4 한 장을 채워 오라는 명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카피를 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숙지한 후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 보는 훈련을 해 왔다. 수많은 글들 중에 팔딱팔딱 뛰는 한 줄을 건져 올리는 기술을 배워왔던 것 같다. 나는 요즘에도 그 기술을 쓴다. 시대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A4지가 아니라 댓글창에 쓴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내가 이 브랜드에 댓글을 단다면 어떤 댓글을 달게 될까? 콘텐츠에 댓글이 달리게 된다면 어떤 댓글이 달렸으면 좋겠는가? 이벤트를 이리 진행하면 어떤 댓글이 달리게 될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무엇이고 사람들은 그 부분에 대해 어떤 댓글을 달까? 내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광고 카피보다 댓글 한 줄이 더 영향력이 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댓글은 진심이다. 누구나 그렇다. 나 또한 댓글에 좌우된다. 맛집, 데이트 코스, 노을 명소를 검색하고 찾아가 볼 때면 업체에서 올린 사진, 광고 문안,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블로그 글보다도 다녀온 사람들의 댓글을 먼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댓글이 더 쓸 만하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카피를 댓글창에 가득 써 보는 훈련을 한다. 좋은 댓글이 사람들의 선택을 돕고 행동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내 카피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좋은 점이 또 있다. 댓글을 쓴다고 마음먹으면 자세가 솔직해진다.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사탕발림의 카피를 쓰면 대댓글이 험하게 달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피를 쓰고 나면 스스로 검수관이 되어 한 마디 해 본다. 이 카피는 좋은 댓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속에서 자신 있게 힘찬 대답이 나오면 그때 나는 동료들에게 카피라고 송부한다.